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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슬픔의 절반이 그리움이라면, 더 슬퍼하여라
게시물ID : lovestory_82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4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28 20:25:26

사진 출처 : http://marina--hoff.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43FslVvvc8M





1.jpg

정끝별살구꽃이 지는 자리

 

 

 

바람이 부는 대로

잠시 의지했던 살구나무 가지 아래

내 어깨뼈 하나가 당신 머리뼈에 기대 있다

저 작은 꽃잎처럼 사소하게

당신 오른 손바닥뼈 하나가 내 골반뼈 안에서

도리없이 흩어지고 있다

 

꽃 진 자리가 비어간다

살구 가지 아래로 부러진 내 가슴뼈들이

당신 가슴뼈를 마주보며 꽃 핀 자리

한 잎 뺨 한 잎 입술 한 잎 숨결

지는 꽃잎도 저리 인연의 자리로 쌓이고

문득 바람도 피해간다

 

누구의 손가락뼈인지

묶였던 매듭을 풀며 낱낱이 휘날리고 있다

 

하얗게 얼룩진 꽃 그늘 아래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부쳐준 오래된 편지 한 장을 읽으며






2.jpg

곽정숙가슴으로 쓰는 편지

 

 

 

청아한 달빛이다

허공에 걸려 있다

적막을 깨고 있다

종종 걸음 가고 있다

 

누구를 그리워 우나

찬바람 한을

하이얀 안개 그림

그대에게 보내는데

편지를 써 보낸다

겨울의 긴 밤을 본다

 

가슴 가득

썼다가 지우고 또 쓰고 있다

 

부치지 못하는 사연 얽힌 편지인데

먹물이 핏 물이 된다

가슴 시린 편지다






3.jpg

이승민꽃으로 피어 그대 품에 닿으리

 

 

 

절망이 죽음보다 깊을 수도 있나니

어둠은 시간 지날수록 짙어오고

사랑은 그리움으로 간절하리

 

바라지 않아도 이별은 성큼 다가오고

울어도 소리 없는 목멘 나날들

눈 감으면 더욱 또렷이 떠오르는 순간들

당신의 날개로 잠시나마 자유로웠던

행복과 사랑 머문 자리

꽃으로 피어 그대 품에 닿으리






4.jpg

고정희강가에서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뚝 떼어

가거라가거라 실어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고

사립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틈에 매어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5.jpg

고은늦은 꽃

 

 

 

강물이라면

어느 구비 두런거리며 감돌아오느라고

강물 위 산이라면

그 산그림자라면

어느 마루 넘어오느라고

어느 가녁 떠돌이였다가

고개 수그려 돌아오느라고

이다지도 늦게 와

몇 송이 꽃으로 피어 있는가

 

슬픔의 절반이 그리움이라면

더 슬퍼하여라

 

우르르 몰려와

여기저기

환히 깔깔대던

그 숨막히는 꽃시절 지나

다 흩날려 꽃비 내리던

어수선히 멍든 가슴 며칠이나 통으로 지나서

정녕 꽃으로는 벙어리일밖에 없는

이 적적한 시각에

이다지 뒤늦게 와

그렇다고 웃음도 아닌 서러운 울음도 아닌

맨 얼굴로 가만히 피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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