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8년도 군번입니다.
제가 군 생활 중 이번 철원 군 사격장 사망 사건과 매우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 부대는 기갑여단이었고, 저는 여단 본부와 떨어져 있는 기계화보병대대에 근무했습니다.
야간 사격이 예정되어 있어 주간 교도사격 중이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면서 사격 중지하라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얼마 후 대대장님이 사격장에 올라오셔서 엄청 화를 내시고는 다들 내부반으로 복귀하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여단 본부에서 사격중에 총에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들었고, 그 병사는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 후 사망했습니다.
기갑여단이라 여단 본부에 전차대대가 있었고 여단 직할대로 공병중대가 있었습니다.
전차대대에서 전차의 동축기관총(전차포 옆에 달려있는 기관총, 포수가 조준하고 사격함) 사격을 실시하였는데 그 사격장 뒷편에서
공병중대가 교육훈련 중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사격장 뒤로 방벽이 있었는데 하필 탄이 방벽을 넘어간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누가봐도 어이없는 사고였고,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그 때 당시 여단장님은 별을 달기 전이었고, 저희 부대특성상 별을 달러오는 코스였는데
이 사건으로 여단장님은 별 진급 못 하고 전역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얼굴도 모르는 전우지만 그 때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정말 마음이 아펐고, 지금도 한번씩 생각납니다.
왜 기관총 사격하는데 타 부대도 아니고 같은 여단인데 통제를 제대로 안 했을까 정말 어이 없었고,
저를 포함한 우리 부대로 이 사건으로 정신 차리고 사격장 통제를 정확히 했습니다.
글 서두에 주간 교도 사격중이었다고 했는데 우리가 사격하는 그 시점에 사격장 위에서는 장갑차 기동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총구를 하늘쪽으로 들고 쏘지 않는 이상 그쪽으로 탄이 날아갈일이 없지만 그 때 저를 포함한 병사들 그리고 부대 간부들 중 어느 누구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대대장님이 화를 내신 이유가 여단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데 자기 부대에서 사격중인데 그 위로 장갑차가 기동하고 있으니
참 기가 막혔을 겁니다.
철원 사건을 계기로 소잃고 외양간이라고 고쳐서 다시는 이런 마음 아픈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