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
1
지루하던 비가 멀리가고
눈부신 햇빛이 곳곳을
비추이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축축하고
끈적끈적 했던 순간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힘이란
이렇게 대단한 것을
인간이 무슨 수로 자연이
하는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나요.
오랜 만에 집안의 모든
문들을 열어 놓았습니다.
장롱 문 주방가구 문
신발장 문도 열었습니다.
집안 곳곳에서 야릇하고
쾌쾌한 냄새가 나지만
현관문까지 열어두면
잠시 후 냄새는 나갑니다.
2
평소에 사용하던 이부자리는
방바닥에 펴서 강한 햇빛과
공기를 쏘이도록 합니다.
마당이 없는 공동주택에서는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윗 층의 이불이 아래층으로
늘어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빨래를 하지 못했던
빨래들도 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답니다.
남자들은 전혀 모르는 세계
집안 살림 하는 주부들만의
주부구단의 알뜰한
살림 모습이랍니다.
오늘 같은 날은 일손이 더욱
분주하지만 그래도 주부로서의
긍지로 신나는 하루라고 합니다.
3
뽀송뽀송한 이불을
만질 수 있는 기쁨은
주부만 아는 기쁨이랍니다.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이제 곧 귀가할 가족을
기다리는 주부는 기다림
그자체가 행복이랍니다.
그래서 옛날어른들은 알뜰한
아낙네를 조강지처라 했습니다.
어려운 시절 알뜰한 살림살이로
집안을 일으키고 또 지키며
자식들을 길러낸 아내들을
조강지처라고 했습니다.
4
집안에서 하는 일이 무어냐고
말다툼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어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일들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들이
우리들 일상의 집안일들이랍니다.
세상 여자들이 알뜰하게 살림을 살기 때문에
오늘이 있다는 것을 남자들은 평생모르고 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