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병장 총기난사 및 탈영사건을 보고 군내 왕따 문제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적어봅니다.
우선 왕따 현상을 두 종류로 분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째는 괴롭힘에 의한 왕따입니다. 폭행, 가혹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가하는 행위가 되겠죠. 이 경우는 논란이 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죠.
둘 째는 무관심에 의한 왕따입니다. 해병대의 기수열외처럼 없는 사람 취급해 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정도가 심해지면 선, 후임의 무시에 의한 모욕도 적잖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후자의 '무관심에 의한 왕따'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 이 경우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징병제도 하에서는 군복무에 있어 부적절한 인원들도 상당수 현역 복무를 하게 됩니다.
그 인원들 중 일부(‘관심병사’라 지칭하겠습니다.)는 본인의 보직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평하는 것을 넘어 선임과 지휘관의 정당한 지시에조차 불응하며 부대의 분위기를 해칩니다.
이 인원들이 문제가 되는 건 묵묵히 제 일 하는 장병들을 바보로 만듭니다. 모두 같은 처지에서, 대부분이 힘들어도 참고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반면, 특정 인원이 그것을 거부하고, 또 지휘관이 사고를 우려해 감싸고 돌아 그 인원이 묵묵히 군생활하는 여타 대원들보다 더 편안한 군생활을 영위한다면? 다른 부대원들의 사기는 심각하게 저하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대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선량한 부대원들이 그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무관심입니다.
선량한 사람들에 의한 왕따라니 역설적이죠. 하지만 해당 부대원들의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인내를 발휘한 것이 바로 ‘무관심’입니다.
그 관심병사가 행정병이라면, 그 인원의 업무 미숙과 업무 거부로 발생하는 일은 모두 다른 행정병의 업무가 될 것이고, 경계 근무를 나가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하룻밤에도 두 번의 근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할 것 입니다. 그 외 작업, 청소 등 크고 작은 모든 일에서 선량한 장병들은 피해를 입습니다.
하지만 선량한 그들은 때리고 욕하는 것 보다는 무관심을 택합니다. 관심병사의 일까지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해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왕따의 가해자가 되지요.
임병장 사건은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임병장의 군생활이 어떠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부당하게 왕따를 당했을 수도 있고, 잘못 이상의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대책이라고는 각 장병의 인내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 군에 내재된 문제라는 점입니다.
대책없이 경쟁적으로 군복무 기간을 줄인 점, GOP 근무에 관심병사가 투입될 정도로 경직된 인사 시스템, 대한민국 최전방 GOP 부대 안에서 단 한 명의 일탈한 무장 병력 조차 제압하지 못하는 경계 시스템, 그리고 군대에 대한 사회적 냉소 등 수많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터진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부적응과 왕따 문제로 매도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