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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게시물ID : lovestory_828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19 20:38:14
사진 출처 : http://holycalico.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G6Mymwjey2Y




1.png

안도현가을햇볕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2.jpg

황병승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차림의 한 늙은 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

 

보수를 마친 늙은 선로공이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3.png

문태준은하수와 소년

 

 

 

푸른 수초 사이를 어린 피라미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걸 잡겠다고 소매를 걷고 손을 넣은 지 몇 핸가

가만 가만 있어라

따라 돌고 따라 흘렀으나

거기까지 가겠거니 하면 조금 더 가서 알을 슬고

알에서 갓 태어난 것은 녹을 듯 눈송이같이 눈이 맑았다







4.jpg

손창기달팽이 성자

 

 

 

연등 속에 달팽이 한 마리 붙어 있다

제 몸피대로 커온 낡은 집을 끌고

어떻게 왔을까 사월 초파일 입적(入寂)하려고

이슬과 함께 연등 속으로 들어왔던 거다

 

고승처럼 수염대신 마지막 남은 뿔 세우고

붙여진 이름들을 향해 복 빌어주던 마음

온 몸을 궁글리면서 층계층계

소망의 곬을 만들고 있다

몸을 한 번씩 비비꼴 때마다

비 막아주던 벽들도

촉촉한 바람이 지나가던 출입구도

둥근 원이 되어점점이 번져가는 연등들

 

이제두 귀만 열어두고 바람소리 들으면서

온 몸을 집안으로 들여 놓는다

보시(布施)할 때가 되었는지

순간스르륵 힘이 풀리더니

땅으로 공양을 드린다

 

껍질만 남기고 알맹이는 가져가라고







5.jpg

정희성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구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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