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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 일화
게시물ID : panic_827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리죠지
추천 : 26
조회수 : 3250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5/08/24 18: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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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써야 최대한 무섭게 쓸 수 있을까하는 것보다도 그냥 있는 그대로, 제가 겪은 그대로를 최대한 글에 담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읽으시는 분들이 다소 지루하실 수도 있어요.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초장부터 신이 나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줄이구요, 이번 이야기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한적한 저수지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대치 한재골? 한적골? 근방 저수지라네요.) 로 낚시 갔을 때 아버지와 함께 겪은 이야깁니다.

제 모든 이야기는 증거자료 내지는 최소 증인이 여럿 존재하는 실제로 겪은 이야기만을 취급(?) 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께서는 제게 공부를 강요하시기보다 수많은 위인전들을 읽게 하셨어요.

또, 저는 겉모습으로 보나 하는 행동으로 보나 노티가 풀풀나던 애늙은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낚시란 잡는 재미가 쏠쏠한 수렵 활동임은 물론이거니와 낭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낚시를 나서실 때면 자주 따라나서곤 했어요. 

낚시를 펼 때도 아버지 포인트(자리) 와 제 포인트를 나누어서 펼 정도로 전 낚시에 대해서 열정적이었죠.

아버지와 주말 낚시를 약속한 그 주는 정말 하루하루가 설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어머니께서 목요일부터 그런 분위기를 초(?) 치기 시작하셨죠.

"정민(가명) 아빠 이번주 낚시 가믄 안 되겄네 어째 꿈자리가 사나와"

"아 엄마 제발 쓰잘데기없는 소리좀 하지마소 또 왜근가!!"

"죽어븐 친정 식구들이 자꾸 꿈에 보여야.. 생전 그런 역사가 없는디.."

"아 제발!!!!!!!!!!!!" 

저희 어머니께서는 본인 스스로를 단골레(?) 라고 칭하실만큼 어떤 꿈을 꾸시면 소름끼치게도 대부분 현실과 맞아떨어집니다. 지금에야 어머니께서 저리 말씀하셨다면 행동을 자제했겠지만, 그 때 저는 매우 어렸기 때문에 다음에 가자는 아버지 말씀에도 지랄 발광을 해서 결국 나서게 되었습니다.
("조심 또 조심하거라 와" "뭍자리 갈 때는 조심해야 쓴다잉" "너한테는 물가가 안 좋다고 했시야")


목적지인 저수지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먹고 낚시를 즐기는데, (오후에 팔뚝만한 붕어를 3수나 낚았습니다. 제가 1수 아버지가 2수. 내기에서 져서 저녁식사 뒷정리는 제가 했죠.) 어머님의 걱정은 그냥 괜한 걱정이 되는 듯 했죠.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든 낚시 찌에 캐미 (찌에 붙이는 야광띠) 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었죠. (역시 귀신은 밤에 나타나야 제맛(?) )

인적 하나 없었고 물안개가 낀 저수지는 지금 생각하면 으슬으슬 합니다만, 그 때 저는 움직이지 않는 찌만을 주시하면서 아버지와 삼국지 등장인물 이름 대기 게임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죠. (게임은 단순하게 삼국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대는데 더이상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지는 룰.)

제가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게 어머님께 전화왔던 9시 40분경이었으니 얼추 11시쯤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이상한 말씀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들 안덥냐~? 아빠는 어째 끕끕하고 더워 죽겄다 흐미 모기도 많고 우리 집에 가까?"

"뭔소리여 아빠는 지금 고기 그것 째까 잡고 그런 소리가 나온가? 이 밤중에 어딜 간당가" 

"워메 아빠 더워 죽겄는디 글믄 아빠랑 저 욱에(위에) 가서 수영이나 좀 하고 오까?"

"아 진짜 이 오밤중에 먼 수영이여 아빠 왜근가! 쫌 참으소 아따 참말로걍"

"글믄 아들 여기 있을래? 아빠 얼른 가서 세수만 하고 오께"

"아따 쫌!!! 진짜 갑자기 왜근가 그냥 어디가지말고 아침까지만 참으랑께!!"

저는 정말로 아버지께서 왜이렇게 생떼(?) 를 쓰실까라는 생각에 정말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더군다나 이 오밤중에 어딜 가신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임은 어린 저도 아는데, 그러실 분이 아닌데 갑자기 이러시니깐 제 딴에 당황스럽기도 했죠.

그렇게 약 이십분 정도를 적막 속에서 찌를 바라보고 있는데 (딱히 더 할 말도 없었습니다.)
20미터쯤 앞에 수초 사이에서 뭔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우거진 수초 사이에 동물의 얼굴인 것 같은 것이 물에 반쯤 잠겨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죠.

처음 딱 봤을 때 황소개구린가 해서 아버지께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아빠"

"쉿!!"

아버지께서 그 수초쪽인지 아니면 찌쪽인지 무튼 앞을 바라보시며 제 말을 가로막으셨죠.

저는 단순히 낚시대에 입질이 왔나보다 했습니다. 그래서 하려던 말을 얼른 멈추고 아버지의 찌를 바라봤죠.

낚시대가 4대뿐이 없던 저와는 달리 아버지께서는 많은 수의 낚시대를 펴셨기 때문에 찌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보는데 움직이는 찌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뭐여 입질 없..?"

"!!"

"아빠!!!"

"정민아!!!!!!"

찌에서 아버지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아버지 바로 옆에는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로부터 대각선) 분명 어떤 여자가 넝마를 걸치고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아버지를 부르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제게 달려들어 저를 꼭 껴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처음 아버지가 떠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직 여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어요. 그 여자는 피부가 검고 (마치 곰팡이가 핀 것처럼) 눈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입술 및 하관 자체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그게 무서운 감정이었는지 분노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버지를 지켜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를 꼭 껴안고 있는 아버지를 제 뒤로 밀치고 지렁이통을 사정없이 그 여자에게 던졌고 곧바로 낚시대를 지탱하는 긴 받침대를 뽑아들었죠.

그리고 달려들 기세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제가 그 때 한 말중에 정확히 기억나는 말은,

"이런 씨발 우리가 먼 잘못이 있냐 이 썅년아 무슨 잘못이냐고!!"
"꺼져 씨발년아 꺼지라고 존말할 때 꺼져!!"

몇분이나 지났을까요. 아버지께서 갑자기 제 손을 잡으시더니 자동차를 대놓은 주차도 쪽으로 뛰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내 차에 탔고 오는 길에 보았던 구멍가게까지 전속력으로 밟으셨죠. (정말 빠른 속도였습니다. 아버지는 계속 거친 숨을 내쉬셨습니다 허~흡 허~흡)

저도 그 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아까 아버지 손을 잡고 뛸 때 (주차장 가는 길목 차도로 들어섰을 때 쯤) 무심코 뒤를 보았는데,

흰 두루마기와 갓을 쓴 (멀리서 보았기에 반쯤은 추측입니다. 대략 이런 비슷한 옷차림이었습니다.) 너댓명 VS 아까 그년과 그년 옆의 의문의 사람 (그 때는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지죠.) 이 마치 대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연히 귀신들이었겠죠. 귀신들의 군집 (이게 맞는 표현인가요?) 을 처음 본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무튼 쉴 새 없이 달려온 아버지와 저는 구멍가게로 뛰쳐들어가듯 들어갔죠.

주인 할머님과 할아버지께서는 매우 깜짝 놀라셨으나 이내 하시는 말씀이,

"워메 쯔쯧.. 홀렸구만 홀렸어~"

"어여어여 여 좀 앉으소 먼 일인지는 말 안해도 알겄네 알겄어~ 어짜쓰꼬.. (할머님)"

"젊은 양반들이 아주 호~온 났구머언~ 호~온났어 (할아버님)"

그도 당연한 것이 아버지와 제 꼴은 말 그대로 엉망징창이었고 땀은 범벅에 눈을 시뻘겋게 충혈되어있었으니 그런 짐작을 하셨을 법도 합니다. 할머니께서 건네주신 델몬트 쥬스를 한 잔씩 먹고나니 그제야 좀 살 것 같더군요.

두 내외분께서 그러셨습니다. 여기 왔다가 귀신에 홀린 사람이 지금까지 한 둘이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한눈에 보고 아셨다고 말씀하셨죠. 아버지와 저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 구멍가게 주인집 작은방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버지도 저도 단 한 숨도 못잤습니다.

이내 동이 트고 할머님께서 아침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분홍색 보따리에 음식들을 싸주며 어제 그 자리에 고수레 (음식들을 자리 주변에 이리저리 던지는 미신행위, 귀신에게 바치는 것.) 를 하라고 하시더군요이만한 게 천만 다행이라고..

돌아가서 본 낚시 포인트는 어제 당시와 별반 다를바 없었습니다. 제가 난동피운 흔적 말고는 어느 곳 하나 건드리지 않은 것처럼 말끔하더군요 아버지와 저는 서둘러 짐을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그 전쟁통에도 살림망 속 붕어는 모두 살아있더군요. 그 마저도 용왕 (써놓고 보니 용왕은 아니겠네요 저수지의 신쯤 되겠죠?) 에게 바친다고 생각하고 놓아주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야기 속에 아버지의 시야에서 본 또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아버지께서는 저와 했던 대화 (수영드립 등) 를 전혀 하신 적이 없고, 삼국지 게임을 하다가 깜빡 졸았는데 어떤 여자가 꿈에 나타나서

"죽이겠다. 니 자식도 너도 다 죽일 거야!!" 라고 소리쳤답니다.

깜짝 놀라 깨보니 제가 아버지를 보고 소리치고 있었고, 제 뒤에 어떤 검은 옷을 입은 파리한 여자가 둔기 같은 걸 들고 내리치려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저를 껴안으셨고, 제가 아버지를 밀쳐내자 아버지께서 그 여자를 막아서시며 그 귀신에게 계속 그러셨답니다. (그 때 몸이 굳은 것처럼 안 움직이셨대요.)

"내 새끼는 살려주쑈 제발 내 새끼는 살려주쑈"

그러다가 갑자기 몸이 풀렸고 그 즉시 아버지는 저를 잡고 뛰기 시작하셨던 겁니다.

그 이후 아버지께서는 단 한 번도 저와 함께 낚시를 가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저도 가려고 하지 않았죠.

아버지께서는 제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가세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그마저의 취미도 포기하시다시피 하셨지만 어쩌다 한 번 낚시를 가시더라도 꼭 친구분들과 함께 동행하셨고 밤낚시는 가지 않으십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 친구들과 가끔 낚시를 즐기곤 합니다만 집에다가는 낚시 간다고 절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낚시를 다녀온 후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머니께서는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셨고
(그라게 내가 뭐라디!! 가지말라 안하디 이 미친노무새끼들아 인자 먼 일이라도 있으믄 어찔래! 엉??! 어쩌!???)

곧바로 제가 사는 지역 변두리에 있는 인등사라는 절에 가셔서 아버지와 제가 보았던 그 귀신들을 위해서 치성을 드리셨다고 합니다. 

이후 약간 아쉽(?)게도 아~무일 없이, 무사히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보다도 아버지께서 친척모임이면 친척모임, 동창회면 동창회 무쪼록 사람이 모이는 자리마다 무용담처럼 소개하시는(?) 일화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지금도 이 때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리신다네요 ㅎㅎ

뭐 어찌됐든 멀쩡히 살아있으니 된 거 아닙니까?? ㅎㅎ

아참,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괴롭(?) 히려 했던 두 명의 귀신과 대치하고 있던 나머지 귀신들은 아마도 돌아가신 외가 친척분들 내지는 우리 조상님들이 아니셨을까, 그분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계셨던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하십니다.

무서운 이야기 끄~읕
출처 웃대 물보라 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number=7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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