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까 예비군 조교였다면서 마치 예비군들을 정신나간 양아치 같이 표현하고 지금 예비군 처벌강화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꽤 있으신거 같아서 제 경험도 말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10군번 강원춘천 2군단 2공병여단에서 병역을 했었고 상병이후 대대가 동원예비군 훈련편성이 되어서 조교생활을 했고 교육전담은 M16소총교육이었습니다. 지금은 예비군이구요.
첫번째 예비군은 지시와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다? 저의 경우 교육시간에 생활관에 짱박혀 숨어있다 제게 들켜서 멋쩍게 웃어넘기고 불침번 근무시간에 잠을 자다 적발되는 정도는 목격을 했었습니다만 그 이상의 심각한 지시 불이행은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고의적으로 지시를 불이행 하면 곧바로 강제퇴소 조치가 가능하도록 법이 마련되어 있고 굳이 고의적으로 반항을 해서 강제퇴소 되거나 처벌을 감수할 정도의 또라이는 말 그대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요즘엔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다 걸리거나 입소시간에 1분만 늦어도 강제퇴소를 시킬정도로 예비군 군기가 강화되었습니다.
두번째 예비군이 조교를 괴롭힌다? 당장 현역조교들 붙잡고 물어보십시오. '예비군들이 괴롭혀서 군생활 못하겠고 죽고싶다!' 하는 경우가 있는지. 예비군들도 현역생활 다 하고온 사람들이고 마치 학교에서 왕따시키듯 악의를 가지고 조교를 괴롭히는 경우는 저는 못 봤습니다. 물론 조교보면 귀엽고 애 같아서 가끔 좀 짓궂게 장난치는 예비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도 조교가 곤란하다 싶으면 대부분 주변에 다른 예비군이 이제 그만 놀리고 놓아주라고 제지를 합니다. 사실 저도 예비군이 4년차나 되어서야 조교한테 장난치는 사람도 꽤 있구나 느낀거지 제가 현역조교 시절엔 저 상대로 장난치는 예비군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현역생활 힘든거 누구보다 잘 아니까 PX가서 쥐꼬리만한 예비군 훈련비 털어서 맛있는거 사주고 좋은이야기 해주려고 하지요. 병사의 주적은 선임과 간부이지 그에 비하면 예비군이 부리는 꼬장은 귀여운 수준이고 그냥 잠시 있다가는 형일 뿐입니다.
세번째 예비군이 조교 상대로 심부릅이나 불합리한 지시를 한다? 요즘 조교하는 친구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조교를 할 때 예비군이 어떤 부당한 요구를 한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예비군이 조교를 부를땐 대부분 식사시간이나 PX이용가능 샤워온수 시간 확인 훈련일정에 대한 질문이나 몸이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예비군들의 간단한 수발 정도였지요. 가끔 와서 장난식으로 노래 좀 해보라거나 연애이야기 좀 해보라는 예비군이 있긴 합니다만, 정 예비군들 장단에 맞춰주기 싫다면 지금 바빠서 안된다고 딱잘라 거절하면 하면 굳이 붙잡고 문제 일으키지 않습니다. 예비군 아저씨들도 그냥 '쟤는 좀 까칠하네'하고 말지요. 그리고 사회인들 군대로 데려와 단체생활을 하는데 안 그래도 불편함이 많을텐데 무리하지 않은 요구나 부탁도들어주지 못할거면 조교의 역할이 의미없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조교가 무리한 요구를 거절한다 붙잡고 괴롭히는 예비군은 저는 조교와 예비군 생활 통틀어 보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예비군 입장에서 대놓고 무리한 요구는 정색하고 하는게 아니라 장난식으로 농담으로 하는겁니다. 예를들어 이등병 조교 데리고 '형 총 잃어버렸으니까 PX가서 총 좀 사와봐', '밖으로 몰래 나가서 탕수육하나 시켜와'라는 식이죠. 뉴스에 나오는 예비군 또라이 몇명이랑 예비군 전체랑은 괴리가 상당히 큽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정신을 놓고 또라이짓 하는 몇몇 예비군이 있을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3백만명 중에서 또라이가 한두명일까요? 하지만 이미 지시를 불이행하는 예비군들 강제퇴소 시키고 처벌하는 법이 다 있는데 지금 상황은 굳이 처벌을 강화해서 예비군들 전체를 상대로 협박력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예비군 상대로 채찍질 하며 군기잡이 하겠다는 것이죠.
생업 다 내려놓고 시간, 돈 손해봐가며 희생하며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대체 어디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