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photographyfilm00.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LkZmfLJI6ek
향일화, 사랑을 하면
온종일
그대 생각으로 다 써버린 마음
음미 시켜주고 싶어서
이 저녁
언어의 차를 끓이는 중입니다
그대 눈빛을 타고 흘러들어
내 마음
속속들이 느끼게 해 주려고
이 저녁
끓이는 언어엔
그대 보고싶다는 말만
유난히 더 우러나네요
연인들은
현재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손가락을 걸지만
이별만 아니어도 살 것 같기에
비밀의 사랑 없다 해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대 마음에서 풀려나지 않는
사랑이고 싶을 뿐입니다
위성임, 바람이 순하다
속이 텅 빈 작은 바다이고 싶다
어둠 속에 지친 허전한 울음 담아
둥근 원 그려내며 꽃잎 무게 받아주는
작은 바다이고 싶다
출렁이지 않는 작은 파도이고 싶다
길 잃어 구를 때 잔잔하게 책장 넘기며
갈 길 찾아주는
잔잔한 파도이고 싶다
은은한 달빛 감싸안고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도록
그대 체온 겨드랑이에 끼워 넣는
바람이 순하다
박노해, 꽃씨
가을 꽃씨를 받아
종이에 접는다
종이 속에 봄을 싸서
서랍 속에 간직한다
눈이 쌓인 날
뜰을 쓸고
받아두었던 꽃씨를 뿌려
들새들의 가슴에
황홀한 봄을
심는 것이다
봄은
들새들의 가슴 속에서
내일을 꿈꾸고 있다
그 찬란한 봄이
싹트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꽃씨 속에
작은 소망을 심는다
기울어지는 계절에
박인환, 술보다 독한 눈물
눈물처럼 뚝뚝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알아
밤마다 내가 마시는 건
술이 아니라
술보다 더 독한 눈물이 이였다는 것과
결국 내가 취해 쓰러진 건
죽음보다 더 깊은 그리움 이였다는 것을
박재삼, 완벽한 사랑에는
난(蘭)을 잘 치는 것은
붓끝에 많은 훈련을 쌓고 쌓아
그것에다 드디어
깜짝 놀랄 신운(神韻)을 곁들여야 하네
사랑도 한번 보고 반한 다음
거기에 무수한 그리움을 퍼붓고
그런 다음
익어서 저절로 오는 것이라면
나는 아직도
허욕이 앞을 가려
그 완벽한 사랑에는
미진할 따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