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0년
1
아침운동을 나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할머니의 말씀입니다.
할머니 올해 나이 연세가
“ 응 올해로 방년 95세지라 ”
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남은 희망은 무엇이
“ 응 한 삼십년 더 살았으면 하는 디”
할머니 왜요 라고 물으니
“ 응 증손자가 장가들어 고손자를
낳으면 고것을 업어 주고 잡는 디 “
웃으시며 말씀 하셨습니다.
2
그러면서 할머니는 지나간
세월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
자기는 평생 몸빼 바지 입지 않았답니다.
이유는 일본 놈들이 전쟁 말기에
“ 우리 조선인 여자를 부려 먹으려고 만든 옷인 디 ”
“ 남자들은 일을 할 때 바지 펄럭인다고
바지 끝에 각반을 차게 안 허요 “
“ 여자들 몸빼 바지는 1930년대 말이고 ”
사실 일하는 데는 치마보다
바지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바지를
입게 된 시작 이유가 싫었다고 합니다.
나라를 잃고 독립운동을 하는 종에
일본 놈들이 만든 옷을 입는 것이 싫었답니다.
3
근 백년을 살아오신 원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여기 다 옮길 수는 없지만
할머니의 나라사랑하는 잔잔한 마음은
우리에게 이름이 잘 알려진 그 어느
애국자보다 거룩하였습니다.
입으로만 떠들고 여기저기
눈치 살피며 자칭 애국자라는
사람들을 흉보기도 했습니다.
“ 애국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 여 ”
“ 마음으로 몸으로 하는 것 이제 ”
우리는 이런 어른들의 나라사랑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해야합니다.
그렇게 억울한 날들이 모여고
가슴 아픈 것들이 마음속에 남아
시련을 극복하고 독립이 되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목숨 바쳐
실천 했던 많은 독립운동 그 중
육십만세 운동은 어느 한 곳에서도
기억하지 않았다며 서운해 했습니다.
저들이 얼마 전에 이룬 민주항쟁운동
그토록 크게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는 나라사랑이 무언지도
모르는 웃기는 작자들이랍니다.
“ 내 민족 끼리 다투며 잘했다는 디 ”
“ 이 나라가 누구 나라여 ”
“ 나라가 없어지먼 어쩔랑고 ” 하고 물었습니다.
4
전남의 어느 농촌의 농민이신
할머니는 허리를 치료하기 위하여
서울 아들 집에 와서 있는지가
벌써 여섯 달 째라고 하시며
할머니의 소원대로 앞으로 삼십년
더 살면서 나라는 어찌되나 보시고 또
할머니가 고손을 안아보시는 소원 꼭 이루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