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흐름을 보면, 정권 교체 민심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로 결집되는 게 강하게 느껴진다. 물리학적으로 계량할 수 없지만, 그런 게 감지된다.
지난 10월 10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정권 교체가 되지 못하면 한강에 빠져 죽어야겠지.”하고 말하자, 함께 있던 문 전 대표가 “못 이기면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빠져야 할지 모른다.”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 다 해볼 수 있는 농담이다. 정권 교체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서. 그런데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물고 늘어졌다. “지키지 못할 말을 하면 안 된다. 나에게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혐의가 사실이면 목포 역전에서 할복 자살하겠다고 말하였다가 혼난 적 있다.” 국민의당 정치인들은 이를 시발점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문 전 대표를 씹었다. 야3당이 뭉쳐 탄핵 소추를 추진하는 와중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이 폭락했고, 안 전 대표가 급기야 칩거에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런 언행이 원인의 전부라고 할 수 없지만, 상당 부분 미쳤다고 본다.
탄핵 소추라는 혁명적 격변기를 거치며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사이다 발언으로 급등했다. 이 시장이 거기에 고무되어서일까, 12월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공세적 발언을 했다. 이 시장은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의 우산으로도 들어가고, 결국 다 합쳐서 공동체 팀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머슴들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문 전 대표를 왜 포함시키지 않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문재인 형님도 친하죠. 친하기는 한데 거기는 1등이잖나?”고 답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 비문연대 발언 이후 이 시장은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탄 반면, 안 지사는 1% 정도 올랐다.
탄핵 가결 이후, 조선일보와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이 개헌을 고리로 문재인 고립화에 나섰다. 여기에 이 시장, 박 시장, 김 의원이 합세했다. 이 시장과 박 시장은 김종인 의원이 꺼낸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개헌에 동조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선거 전략으로 유력 대선 주자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문 전 대표가 대통령 되었을 때, 이 여론이 득세하면, 합헌적인 대통령 임기 5년을 부당하게 단축시키자는 여론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언행이다. 이는 '개헌'이라는 합헌적 절차를 가장하여 헌법에 따라 정당하게 당선된 대통령의, 헌법에 명시된 5년의 임기를 3년으로 제한시키자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의 헌법적 질서를 중단시키는 내란 음모에 준하는 행위다. 내란이 별 게 아니다. 헌법적 질서가 불합리하게 중단되는 것이 바로 내란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장의 지지율은 폭락 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박 시장은 경향신문이 의뢰하여 한국리서치가 지난 12월 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5%로 내려앉았다. 김 의원은 심지어 문 전 대표에게 개헌에 동참하라고까지 압박하였는데, 이 조사에서 0.8%로 쪼그라들었다. 대선후보라고 이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반면, 안 지사는 다른 야권 주자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 시장의 비문연대 제안에 '대의명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 정치'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12월 2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 선언'이라는 글을 올렸다.
“분열과 고립의 정치로부터 광주정신, 호남정신을 지켜내겠습니다. 저는 1990년 3당야합을 거부했습니다. 3당야합은 김대중 밉다고 김영삼, 김종필, 노태우가 손잡은 짓입니다. 그로 인해 김대중과 우리 당은 호남에 고립되었습니다. 그 지역주의 정치의 벽을 뚫겠다고 노무현은 부산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도전을 했습니다. 저는 낙선한 원외위원장 노무현을 10여 년 동안 보좌했습니다.
1990년 3당야합을 거부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저는 오늘 일부 호남 정치인과 국민의당 분들이 얘기하는 제3지대 정계개편을 반대합니다. 그것은 문재인이 밉다고 1990년 3당야합 같은 또 다른 친노 고립구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강조했던 통합의 정신을 거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모을 때라야만 정권교체도 가능합니다. 안 그러면 이렇게 싸우다가 87년처럼 국민들에게 또 엄청난 패배감만 안기는 역사의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반기문 총장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도, 비박계와 합쳐서 뭘 해보자 하는 것도, 그것이 호남의 정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 정치입니까? 유일한 핑계는 단 하나뿐입니다. 친노와 문재인이 밉다는 것입니다.
호남정치가 이렇게 가면 호남의 정신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민주당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를 통합으로 이끄는 일, 그것이 민주화 운동의 성지 호남의 정신이 가야할 길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글의 본의는 문 전 대표가 민주당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를 통합으로 이끄는 일, 즉 민주화 운동의 성지 호남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 힘들어하니 내가 그 길을 대신 가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런 도전장임에도 문 전 대표를 공격하기는커녕 감싸고 옹호하면서 자기 뜻을 펴고 있다. 이 얼마나 세련된 도전장인가. 12월 31일 조국 교수가 “그는 (대선 잠룡 주자들 중에서)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총리’ 또는 ‘대통령’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안다. 또한 반대 진영도 좋아할 만한 품성을 갖고 있다. 이번 대선과 무관하게 길게 보고 진보 진영이 키워야 할 재목이다.”라고 칭찬을 아까지 않은 것은 이런 언행 때문이다.
이런 기품 있는 행보 때문인지, 안 지사는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5.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안 전 대표를 앞질렀다. 따뜻한 사람의 승리다.
흔히 정치판에서 유력 정치인을 견제하면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 지지율이 올라가는데, 문 전 대표를 공격하면,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야권 성향의 국민들이 문 전 대표를 통하여 정권 교체 되기를 절실히 바란다는 반증이다. 다른 야권 후보가 문 전 대표를 공격하면, 문 전 대표 지지층이 더욱 결집되고, 다른 후보 지지자들조차 “자기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여 홍보하면 되지, 같은 야권의 정치인을 왜 공격하는 거야? 이런 것이 구태 정치이지! 문재인이 마뜩치 않아서 이 사람을 지지해볼까 했는데, 영 아니네.”며 문 전 대표 지지로 돌아서는 것이다.
그래서 여담이지만, 안 지사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지지층은 이번 대선에서 안 지사에게 크게 빚을 졌다며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여론조사를 한다면, 그 추이는 뻔하다. 문 전 대표 지지층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안 지사에게 지지 응답을 하여 이 시장과 호각지세를 이루거나 앞서는 흐름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지금 이 시장의 야권 2위는 불행한 2위이고, 안 지사의 3위는 행복한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