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logocultur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s-NQjUyjMJA
정다혜, 그대 너무 먼 곳에 있다
한 번도 온전히 내 것일 수 없는 사람아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나는 보았네
가을로 가는 잎사귀들의 푸름, 그 정점의 아우성을
가을은 멀리서
강아지 걸음으로 오고 있는데
오신다는 기별은 까마득하고
하늘은 어찌하여 저리도 뜨거운지
내 마음 덩달아 붉어지는데
낮달처럼 창백한 네 모습
금세 눈물이 된다
귀 닫고 눈 멀었던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시간
더 다가서자
부르기도 차마 아까운
내 영혼의 등불을 켜시는 이여
사랑한다는 것은
무릇 버리지 않고는
족히 소유 할 수 없는 것
그대 너무 먼 곳에 있다
조미자, 서랍을 뒤지다
한 동안 잊고 있던 물건
분명 서랍에 잘 넣어 뒀는데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어
훌렁 뒤집어 쏟아 보았다
수북히 쏟아지는
종이들, 물건들
찾아야 할 물건도 잊은 채
이것 저것 집어본다
잊고 있었구나 이 것을
다시 울어나는 소중함
이건 버릴까?
한때의 사랑이 머뭇댄다
시간의 강물에 푹 젖어서
더러는 더욱 반가운 만남
어두운 서랍 속에 갇혔다 쏟아지며
함께 어지럽히는 망설임
어느 걸 버리고 어느 걸 다시 담을까
정채운, 양푼 비빔밥
달포 전부터 빨갛게 묶어둔 기일
스물 한 번째 어머니 부름을 받아
뿔뿔이 흩어졌던 여섯 가지들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더랬어요
무성해지는 세월만큼
사이 점점 성기어가는 가지들에게
기둥 머물다 간 흔적 뵈지 않을지언정
여린 시절 싱그럽던 우애만큼은
향긋하게 기억하라고
향불 맴돌며
재차 당부하시는 어머니
남은 세월
각기 다른 빛깔로, 삼색 나물 같이 살지라도
때로는
서로서로 맛깔나게 섞여서
뿌리 하나 확인하라고
넉넉한 양푼을 꺼내놓고 가셨어요
바람 부는 세상 모퉁이 겉돌던
우린 그 날
당신 안에서, 참 매콤하게 비벼졌어요
김계반, 짝사랑
벌판에 서면 너를
네 앞에 서면 벌판을 만난다
매달릴 나뭇가지 하나
바람 한 올 쉴 자리
내놓지 않는 너
바라기 하다 젖은 눈동자엔
건널 수 없는 강이 달리고
마른 입술위엔
지샌 밤들이 하얗다
간절할수록 잡히지 않는
색깔 없는 너를
내던진 자리
바람이 허허(虛虛)
벌판을 웃는다
이생진, 고향
나는 내일 고향으로 가는데
바다는 못간다
먼 산골에서 이곳에 온 후
제 아무리 몸부림쳐도
바다는 그대로 제자리 걸음
나는 내일 고향으로 가는데
바다는 못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