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대륙 탐험기인 [인듀어런스]라는 책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부터 1916년까지의 한 남극탐험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탐험에 나선 27명의 대원들이 먹을 것도 덮을 것도 없는 차디찬 남극대륙에서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침몰하여 표류 해서 수도 없는 죽을 고비를 거치지만,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이 2년만에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탐험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모두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숭고한 인간드라마였기에 ‘위대한 실패’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는 탐험대장인 ‘어니스트 새클턴’의 독보적인 리더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리더쉽을 보여주는 다음의 대목은 볼 때 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대장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맥박을 짚어 보았다. 누군가 심하게 떨고 있으면 즉시 뜨거운 우유를 준비하여 모두에게 먹이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몫을 나누어 준다는 사실만은 아무도 모르게 했다.”
급작스런 표류로 추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고, 그나마 굶어죽지 않기 위해 입에 풀칠 수준으로 주는 식량은 점점 떨어져서, 언제 죽음을 맞이할 줄 모르는 순간에도 주변 사람들을 살피며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음식을 나눈다는 것.
나는 가끔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가서 내가 고문 당하며 동지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상황과 이렇게 남극에 표류해서 죽음을 앞에 두고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 해야하는 경우를 상상하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둘 중에 어떤 상황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만한 능력은 아니라고 되뇌이곤 한다.
그러기에 그 한계를 절감하며 오늘 보다 조금 나은 내일을 살아 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