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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Facebook.com/yumradio/
사진 출처 : http://inside-from-the-rain.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N7fGpwLzELI
나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비가 올 때면
우리 엄마가 미워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7살 때부터
나 혼자서 전기밥솥을 열어 밥을 펐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소시지를 구웠고
냄비에 달걀을 풀어 계란국을 했다
TV를 틀어놓고
TV에서 나오는 소리를 친구 삼아서
혼자 밥을 먹었다
학예회와 같은 행사가 있을 때도
나는 엄마에게 행사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엄마는 일을 하기 때문에 못 올 테고
그냥 나에게 미안해하는 것뿐일 테니까
도대회에서 탄 상을
학교 조회대에 올라가서 받아도
그 상장은 그냥 방 한구석에 내버려뒀다
퇴근하고 온 엄마의 모습은 늘 피곤했으니까
그 칭찬마저도 피곤할까 봐 말하지 못했다
겨우 9살 먹은 아이가
엄마에게 해 줄 수 있는 배려는
고작 그 정도뿐이었다
그냥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외롭고, 조금 더 힘들고
조금 더 불편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 내가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건
바로 '우산'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나는
그 비를 다 맞고 가야 했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었던 건
학교를 마치고 교문 밖을 나서면
친구들의 엄마들이 우산을 들고
친구들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친구가 "엄마!"하고 소리치면
"비 온다, 어서 집에 가자"라고 들리는
친구 엄마의 목소리가 정말 부러웠다
나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웃으면서
같이 우산 쓰고 가자고 하면 됐을 텐데
그때는 어렸으니까
괜한 자존심을 부렸던 것 같다
그냥 잠시 들를 곳이 있다며
먼저 가라고 친구한테 먼저 얘기한 뒤
한참을 앉아있다가
비를 맞으며 집에 갔다
비를 맞고 갈 때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늘 울컥했던 것 같다
어차피 비를 맞으면
그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아무도 모르니까
빗소리에 묻혀 울면서 갔다
그때마다 엄마가 미웠다
나를 울게 만드는 비가 싫었고
우산이 싫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비가 싫은 마음은
계속되었던 것 같다
아직도 비가 싫고
우산이 싫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이었다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어렸을 때는
나 스스로가 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것 같다
내가 약하고, 내가 투정 부리고
내가 기대면 우리 엄마가 힘들어 할 테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를 조금은 힘들게 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 딸이니까
그리고 그때는 겨우 9살이었으니까
어리광을 부려도 되었을 나이니까
괜히 혼자 생각하고, 혼자 걱정하고
혼자 짊어지려고 했던 것 같다
혼자서 뭐든지 해오던 습관 덕분에
책임감이 강해졌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와 어떤 일을 하든
나의 '책임감'을 믿어준다
내가 허튼소리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고
내가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으로 기억해준다
외로움조차 모를 정도로
외롭게 자랐지만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아픔을 통해서
상처가 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그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음이 아팠던 사람들이
지금 나로 인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