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여러분.
丙申년, 2016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해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당직 근무를 마치고, 2017년을 맞이하면서 몇자 적어봅니다.
저는 현직 의사입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야간 진료를 받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바빴지만 환자 한 분 한 분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꼭 전해드렸습니다.
진료를 보다보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간혹 오유 시사게시판에 글을 쓰긴 했지만 저는 민주진영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명의 국민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의 인간이기도 합니다.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이런 저런 분들이 많지요.
성격이 좋은 분부터 안좋은 분들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의사로서 열심히 진료를 봅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정치적인 성향을 띄는 분들이 간혹 있지요.
특히 노인분들은 쉽게 자신의 성향을 드러냅니다. 몇가지 단어만으로도 알 수 있지요.
간혹 '빨갱이'라던가, 아니면 '종북'이라는 표현으로요.
그럴 때마다 마음에 분노가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바로 가라앉힙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인간이니까요. 그들도 자신의 생각을 가질 자유가 있으니까요.
진료를 보는 와중이라 대꾸를 할 수는 없지만 그럴때마다 마음은 착잡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민주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타인의 의견이나 사상에 대해서 비판도 비난도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재갈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생각도 당연히 옳지 않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표를 좋아합니다. 내년에는 큰 일이 없으면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루어질 것입니다.
저는 문재인 대표를 좋아하지만 개인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개인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재인 대표를 응원할 뿐입니다. 그가 자신의 삶에서 이루려고 하는 것을 돕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모든 인간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듯 그 수많은 인간 중의 하나가 바로 문재인 대표입니다.
다만 제가 지지한다고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먼저다'입니다.
저는 문재인 대표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지지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를 응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지지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들 중에는 흔히 보수진영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그들도 인정합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가치관을 통해서 보수를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주인이듯이 그들도 대한민국의 주인입니다.
그들과 생각은 다르지만 다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제 주변에는 보수진영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민주진영을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민주진영이 정말 옳아서 지지하는 걸까요.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들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보수적인 의사 집단의 일원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보수적인 가정 교육과 보수적인 정규 교육과정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민주진영을 좋아합니다. 민주진영을 좋아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평생토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보수적인 가치관에서 민주주의를 만났기 때문에 보수 그리고 민주 둘 중에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선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계도 노예도 아니고 앵무새도 아닙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인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나의 선택지가 두개로 늘어나니 이제는 세개, 네개로 그리고 그 이상으로 늘어나더군요.
제가 선택지를 늘려나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저는 환경의 산물이 더이상 아닌 것입니다.
저를 둘러싼 환경을 제가 직접 만들고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이 된 것입니다.
진영에 대한 선호도를 떠나서 저라는 개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보수적인 면도 있고, 진보적인 면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보수진영의 어떤 정책을 찬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어떤 정책에 반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을 지지하는 사람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저라는 인간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선택한 것이고 제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환자분들을 보면 애초에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어진 환경이 만드는 대로 사고를 이루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친구는 교회에서 새누리당을 찍으라고 해서 보수진영을 좋아합니다.
어떤 친구는 경북 출신이라 보수진영을 좋아합니다.
어떤 친구는 군인 집안이라 보수진영을 좋아합니다.
반면에 다르게 뒤집어 볼까요.
어떤 친구는 광주 출신이라 민주진영을 좋아합니다.
어떤 친구는 부모님이 노동조합원이라 진보진영을 좋아합니다.
어떤 친구는 독립운동가 집안이라 민족진영을 좋아합니다.
전 이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어보았지만 이들은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습니다.
자신이 처음 접하고 배운 것들만이 전부이고 옳은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어떤 진영이 옳고 그르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진영을 지지하든 자신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지지하고 그리고 왜 지지하지 않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환경 때문이 아닌 한명의 '개인'으로서 심사숙고 끝에 선택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택'하지 못하고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세뇌된 사람들도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주변의 노인분들이나 특정 지역의 사람들도 국민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들도 국민입니다. 다만 그들의 살아온 삶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숙명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재갈을 물려서는 안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민주적인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그 어느 국가도 민주적인 사람들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태어난 나라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역사에서 갑자기 찾아왔고,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러한 민주주의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이해합니다.
저는 문재인 대표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는 문재인 대표를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언론보도,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 유튜브, 그리고 '운명'이라는 책입니다.
직접 만나보고 대화를 나누고 오랜시간 사귀어보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름대로 문재인 대표의 책도 읽어보고 영상과 보도를 통해 만납니다.
오늘 당직 근무가 끝나고 한해의 마지막 날인데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유튜브 동영상으로 문대표의 '시사in 인터뷰 show'가 올라와 있길래 보았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표를 보면서 항상 자괴감에 빠집니다. 그의 인품과 품격에 놀라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문재인 대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재인 대표를 닮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의 인품과 품격을 닮고 싶은 사람입니다.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라는 한 개인이 닮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문재인'이 아니라 '사람'을 지지한다고 아까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문재인 대표가 사람을 참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 진영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상대 진영의 지지자까지도 존중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재인 대표야말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을 존중한다는 의미는 모든 국민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이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문재인 대표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리고 국민 개개인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표는 절대 국민과 싸우지 않습니다. 어떤 진영의 국민과도 싸우지 않습니다.
국민은 주인입니다. 하지만 국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세뇌된 국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과 싸우지 않는 것은 적어도 국민을 이해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과 싸웁니다. 그리고 친일, 독재 세력과 싸웁니다.
반민주적인 사람들과 싸웁니다. 언론과 싸웁니다. 하지만 국민들과는 싸우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대한민국을 사는 국민들이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권력자들과 싸웁니다.
그게 문재인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문재인 대표를 좋아합니다.
어떤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법을 들이댑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국민들을 법으로 상대합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정치인에게는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법이 주인이라는 것이겠지요.
국민들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잘못 알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으로 국민에게 재갈을 물립니다.
법이 아무리 옳고 사소한 법집행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은 지레 겁먹고 표현과 소통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 싸우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국민들의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평생을 대한민국의 권력자들 그리고 언론과 싸웠습니다.
때로는 국민과 부딪히더라도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이분들을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이해하고 국민에게 미안함을 가지는 마음, 그것이 민주주의 지도자의 덕목으로 걸맞지 않겠습니까.
국민과 싸우려고 하고, 자신만이 옳다는 식의 지도자는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를 닮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주변의 사람들과 정치적으로 싸우지 않습니다. 그들도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권력자도 정치인도 아니지만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싸우기보다는 민주주의를 소개해줍니다.
다양성,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입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는 것도 인정하면서, 그들에게 선택권을 늘려주는 것, 바로 제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 강요하지 않는 것, 내 삶을 보여주면서 천천히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선거철이 되면 저한테 말하지요. "네가 추천하는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일거야"라구요.
저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리고 문재인 대표도 국민들을 기다렸다고 봅니다.
국민들을 강요하거나 국민들과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민들의 선택권을 늘려준 것이지요. 자신들의 신념과 정책 그리고 삶을 통해서.
모든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표의 '시사in 인터뷰 show' 출연 영상을 보고나서 글을 쓰는데
주진우 기자가 원칙을 중요시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승리와 개혁을 위해서 술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대표가 김구 선생님과 노무현 대통령의 예를 들며서 이런 말씀을 하는 군요.
"원칙은 결국 역사가 평가하지 않습니까. 저는 역사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평가받고 성공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은 떠나갔지만 그들의 원칙은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문재인 대표도 성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민주주의라는 원칙만은 우리 국민이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역사는 평가하리라 믿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다소 답답한 민주주의를 버려서는 안됩니다.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일으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국민과 싸우면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민주주의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민주적일 때야말로 민주주의인 것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부터의 민주주의입니다. 그리고 이것만이 원칙입니다.
저도 제 개인의 삶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노력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국민을 대하는 자세를
저도 제 주변 사람들과 환자들에게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주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저부터 따뜻한 마음과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인간을 대하겠습니다.
꼭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오유 여러분.
丁酉년, 2017년이 바로 내일입니다.
오늘과 내일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개인은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변할 수 있습니다.
더 민주적이고, 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인간을 대하고 자신의 인생을 대합시다.
내가 민주적일때 주변 사람도 변화합니다.
내가 독선적이라면 주변 사람은 튕겨나갑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합니다.
술수도 중요하지만 원칙을 지킵시다.
패배한다고 끝난것이 아닙니다.
승리의 불씨는 존재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갑시다.
천천히 걸어갑시다.
짧게 보지말고 길게 바라봅시다.
혼자 가지말고 함께 나아갑시다.
밤을 새서 그런지 오늘도 글이 두서가 없었습니다.
못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유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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