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도 볼 일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2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07 17:34:24
사진 출처 : http://grunge4ever4you.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ARayjuq6ggA




1.jpg

허영미그대라는 우물하나 있습니다

 

 

 

그대라는 우물하나 있어

두레박으로 그대 맘을 긷습니다

때론 내 서툰 솜씨 땜에 길어 올리던

그대 맘에 티끌을 넣곤 합니다

우물 안 돌 틈으로 난

풀잎이 떨어져 올라오기도 하고

두레박 가득 채워진 물이 흘러넘치기도 합니다

그건 모두가 내 탓 이겠지요

사람의 맘을 얻는 다는 것 더한 행복은 없습니다

끊임없이 맑은 물이 샘솟는 우물

들여다보면 하늘이 들어있고

내 얼굴도 들어있습니다

퍼내도퍼내도 한량없는 그대 맘

청아한 하늘빛으로 그대를 얻는 건 내 몫입니다

오늘도

두레박 하나로 맘을 긷습니다

그대의 맘을 긷습니다







2.jpg

노혜경행복한 산책

 

 

 

한밤중 숲으로 난 작은 길을

 

난 걸어갔네

내 뼈에서

살점들이 잎사귀처럼

지는 소리를 들었네

 

무엇이 남았는지는 모르지

아직도 뛰는 심장소리 들리지만

난 한없이 걸어 여기

너무너무 와 버렸으므로

 

펄럭이는 넝마덜거덕거리는

오래된 절간의 목어처럼

걸려 버렸으므로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좋았네

그저 한없이 걸었다는 기억

기억 속의수많은 발자국과 그림자들

 

찬란히 빛나는 검은 뼈

어둔 밤 숲속 길을

밝히는 오래 묵은 인광

 

그랬었네

아마 전생의 산책이었는지도 모르지

 

길이 끝난 것 같은 곳에서

난 내게 전화를 건다

이젠 길이 끝난 것 같다고

펄럭이지 말고

후두둑

무너지라고







3.jpg


박완호아버지

 

 

 

아버지 내내 말이 없네

몇 년 만에 다녀온 종친회

무슨 설움 깊었는지

무거운 듯 내리 덮은 눈꺼풀 옴짝달싹 않고

담배만 거푸 피우시네

해마다 여름이면 깊어 가는 병

이십 년이 지나도록 떨구지 못하고

상처처럼 새겨둔 아내 얼굴 탓일까

그토록 좋아하는 술 한 모금 못 마신 탓일까

제 심연에 갇힌 채

날개 꺾인 새처럼 돌아눕는

그의 마른 어깨가

한겨울 논바닥의 볏단 마냥 쓸쓸하다

온몸의 털을 다 뽑아가도 아파하지 않을

손주 녀석 장난해도 아랑곳없는

침묵 안

낙엽 같은 상처 속으로

누구도 가 닿지 못하네







4.jpg


신재한가끔은 그리움 속으로

 

 

 

가끔은

그 어떤 그리움의 화폭에

쓸쓸한 사랑이 느껴지던

삶의 그림을 그려도 볼 일이다

 

한 방울

눈물로 황혼을 머금은 물감

팔 벌려 닿을 수 없는 노을에 퍼지고

날개 달고 달아난 아픈 영혼이

초라한 모닥불을 피우며

아련한 풍경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데

살아가는 것이 어찌 이별뿐이겠는가

 

가끔은

회색 물감 채색한 거리가

창문 틈 사이로 어두워지면

잔잔한 가슴 열어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도 볼 일이다







5.jpg

이재무겨울나무로 서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

잠시 안녕

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

축복을 위해

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

살다보면 삶이란

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

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사랑의 이름으로

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