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섭, 너에게
자루 터져
와르르 쏟아지는
수천 수만의 붉은 팥알 같은
무텐위 골짝 골짝 복숭아꽃망울을
호금이나 호적으로도 멈출 수 없는
목숨 같은 사랑을
어느 황제인들 가로막을 수 있었으랴
제 육신 밀고 끌고
성 넘어가는
나비들의 한없는 떨림을
절벽을 긁어대는 햇볕의
갈증인 영혼을
안효희, 꽃어머니
어머니 무덤 위에 꽃이 피었길래
가만히 어머니 부르면서
꽃을 꺾는다
어머니 무덤 위에 어머니가 피었길래
아이들에게 할머니 가르쳐 주려고
꽃을 꺾는다
벌써 십 오 년, 어머니는 늘
피어서 우리를 기억하는데
우리는 늘 생전이 아닌
돌아가신 것을 기억한다
그때마다 어머닌 꽃을 피웠을 것이고
일년에 한 두 번 들리는 발소리를 향하여
생전처럼 옹그리고 앉았을 것이다
그렇게 잊혀져서 핀
세상의 모든 꽃어머니 앞에
가만히 어머니 부르면
수많은 당신의 어머니가
운다, 웃는다
박영길, 아침이슬
무수히 피었다가
별이 질 때면
뻐끔한 하늘에 맴도는 거미줄
누가 울었던가
그 자리에
아침이슬만 총총하다
서너 철 잊고 살겠노라고
떨어진 꽃잎들이
어쩌자고 밤마다 하늘에 피어
사랑의 덫을 놓았나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보라
누이야 너만 밤새 울었다더냐
나의 별에도 꽃이
못 잊을 꽃잎이 날릴 때마다
거미줄에 꿰어 목에 두르고
지새워 헤아리며
밤마다 맴돌다가
아침이슬이 되었노라
김동하, 꽃이 피었어요 어머니
봄 햇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꽃이 피었어요 어머니
멀리서 바라만 봐도 어여쁜 복사꽃
산등성이 하얗게 분칠을 한 살구꽃이
너무 아름다와요
저기 가로수를 보아요
터져 버릴 것 같던 꽃잎들이 벌써
한잎 두잎 날아 가고 있어요
벚꽃 잎 바람에 나풀거리면
어머닌 나비 같다 하셨잖아요
나비를 잡아 보아요
하얀 나비 떼를 지어 날아 가는데
손 흔들면 다가와 꽃 단장을 해 주는데
어머니 아직 주무시나요
봄 꽃으로 가셨으니
봄 꽃으로 이젠 오셔요 어머니 어머니
열병처럼 번져 오르는 그리움
얇은 반팔 티셔츠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날에도 나는
두꺼운 외투를 벗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박미숙, 사랑을 곁에 두고도
세상에서
단
하나이어야 할
사랑을 곁에 두고도
그의 눈동자 바라볼수록
그가 나에게로 다가올수록
사람아
나는 네가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