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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면 하네
게시물ID : lovestory_826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5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28 18:54:16

사진 출처 : https://yourdailyvintage4.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VwIeoKCkMxE





1.jpg

박일장마

 

 

 

발가락 열 개가 떠나네

모퉁이에 남겨진 발자국 선명하네

그가 뛰어다녔을

구름 아래 세상은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

-인 반복의 거리

 

이른 아침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예보

덩그러니 남은 내 발등 위로

비는 내리네

내 발가락 사이로

오직 하나로 모이는 빗방울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면 하네

잠시 갠 하늘 아래

코스모스는 어제보다 푸르고

남기고 간 발자국

망각처럼 지워지고






2.png

신경림여름날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 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어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3.png

여태천부고(訃告)

 

 

 

대문과 문설주 사이에

봉투 하나 매달려 있다

소식도 전해줄 친구도 없는데

누가 소인도 우표도 없이

이 저녁나절에 편지를 보냈을까

반으로 접힌 노란 봉투 위에

이름 석자 적혀 있다

아직은 햇볕이 따가운데

멀리서 온 바람이 차갑게

내 등을 쓰다듬고

나는 말없이 호박꽃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저녁나절 내내

집 앞의 어둠을

호박꽃이 밝혀주었다






4.jpg

고재종첫사랑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분분 넌분분 춤추었겟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린다






5.jpg

유응교그대가 걸어온 길이

 

 

 

그대가 걸어온 길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비뚤어진 걸음을

바로 잡을 일이다

구두 뒤축을 갈아 끼우듯이

 

그대가 비바람을 헤치며

고난을 이겨왔다 하더라도

때로는 꺾여진 희망하나

바로 잡을 일이다

바람에 휘어진 살대를 고치듯이

 

그대가 살아온 삶의 상처가

아무리 깊고 깊더라도

때로는 흔적 없이 말끔하게

바로 잡을 일이다

찢겨진 가방을 손질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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