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grunge4ever4you.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9CI2P05q7I4
이우걸, 팽이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문태준,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못자리 무논에 산그림자를 데리고 들어가는 물처럼
한 사람이 그리운 날 있으니
게눈처럼, 봄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 같은 오후
자목련을 넋 놓고 바라본다
우리가 믿었던 중심은 사실 중심이 아니었을지도
저 수많은 작고 여린 순들이 봄나무에게 중심이듯
환약처럼 뭉친 것만이 중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리움이 누구 하나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아닌지 모른다
물빛처럼 평등한 옛날 얼굴들이
꽃나무를 보는 오후에
나를 눈물나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믐밤 흙길을 혼자 걸어갈 때 어둠의 중심은 모두 평등하듯
어느 하나의 물이 산그림자를 무논으로 끌고 갈 수 없듯이
이인철, 소금꽃
이제는 출렁임을 잃은 바다
균형을 잡으려고 평생을 흔들리며 살았지만
수만 년 바닷속 이야기가 지금은 염전에 갇혀 있다
뜨거운 여름 한낮
염불삼매(念佛三昧)
세상에서 흘린 눈물을 말리는 것이다
인연을 끊는 것이다
흘린 땀이 제 업보를 조이고 있다
마음 가둔 바다에서 사리들이 영근다
소금 속에 생활이 있다
한낮에 소금창고로 가는
절름발이 소금장수 어깨 위에서 생계 한 자루가 출렁인다
사람도 눈물을 가두고 살면
소금 한 섬 얻으려나
눈물 가둔 사람들, 온몸에 소금꽃이 핀다
신달자, 면도날
얇고 가볍지만
잘못 건드리면
베어진다
우격다짐에는
동맥도 조용히
잘려 나간다
그러나 나는 칼이 아니다
부르면 고요히 다가서서
너의 불편을 제거하는
날렵한 손
세상을 향해 드러내는
거뭇거뭇한 사나이의 발언을
다치지 않게 밀어주는
너의 하 푸른 순수다
백무산, 달
태초부터 한 번도
같은 얼굴을 한 일이 없는
저것은 밖에 내다 건
생의 안쪽
언제나 낯설다
언제나 낯익다
한 번도 같은 낯설음이 아니다
한 번도 같은 낯익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