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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달의 발등을 씻다
게시물ID : lovestory_825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23 17:16:56

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lHSFQ1jqCkE





1.jpg

이상희저 작은 잎 하나에

 

 

 

거센 바람에도

요지부동이던 나

저 잎 하나로

온통 흔들릴 줄이야

 

구멍 난

작은 잎 하나에

가슴 베어 붉어진 상처로

눈물 글썽 일줄 몰랐네

 

저 낙엽

한 잎 지는걸 보다

천길 벼랑에 매달릴 줄

미처 나는 알지 못했네






2.jpg

김승해달의 발등을 씻다

 

 

 

오래 비워둔 아궁이에 불을 들인다

첫 별을 띄우듯 서둘러 불을 지피면

무쇠 솥 맹물만 설설 끓는 저녁 어스름

개미귀신의 명주 날개 같은 것이

어디 숨었다 나왔는지

살품을 파고들듯

내려서는 달의 흰 발등

오래 전 정읍의 한 여자

이슬받이로 섰던 그 밤처럼

달은 높이곰 돋아 보름밤

내려선 달의 흰 발등을 씻어보면

우물자리 하나 깊이 패인다

남은 것은

맨발의 감촉 뿐

먼 길 오실 당신이 저 달빛 보시면

얕게 건널 수 있는 강에도 다 젖어 버리겠네






3.jpg

박라연물의 얼굴

 

 

 

하얀 물에게도 상처는 있지

가만가만 흐르고 싶지

초록의 벼숲으로 흘러가서

8월의 가슴 그 뙤약볕 사이를 하얗게

하얗게 날아오르는 한 마리 두루미

한 줄기 서늘한 빗방울이 되고 싶지






4.jpg

이은림피안(彼岸)

 

 

 

저 집들언제 강을 건너

저렇게 무덤처럼 웅크리고 앉았나

아무도 몰래 건너가버린 저 산들은

어떻게 다시 또 데려오나

젖은 길만 골라 가는 낡은 나룻배가

산과

나무들과 꽃들

풀밭을 다 실어 나른 건가

남아 있던 불빛마저 참방참방 뛰어서

저편으로 가는구나

환하다

내가 없는 저곳






5.jpg

이성목뜨거운 뿌리

 

 

 

식당주인은 펄펄 끓는 가마솥에 국수를 풀어 넣는다

솥바닥의 푸른 김이 천장까지 확 끼친다

양파는 가늘고 긴 뿌리를 뽑아 내린다

유리잔에 양파의 입김이 뿌옇게 서려있다

천천히아주 천천히

국수가닥을 건져 올리던 한 노년이

희뿌연 안경을 벗어놓고 잠시

자신의 가늘고 긴 숨을 끊어 뜨거운 국물 속에 내려놓는다

나이 어린 손자는 후루룩 후루룩 그 뜨거운 소리를 먹는다

땀을 닦고눈물을 훔친다

세상의 모든푸른 것을 밀어 올리는 뿌리는

이렇듯 뜨거운 바닥에 맨발로 서는 것이다

그렇지이제 필생의 뿌리를 나도 내려야겠다

당신과 함께

칼국수를 먹는 속이 훅 달아오른다

뜨거움이 온 몸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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