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후 탐라국에서 꿋꿋이 덕질하는 아줌마입니다.
흐흐
30대가 되고나니 체력이 딸려서
한번 거하게 덕질(=서울가서 코스프레) 하고나면
한동안 방전이 되어 쭉 뻗어버리는 접니다만...
뜨듯한 아랫목에서 탐라감귤 까먹으며 잉여잉여거리던 저의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준 캐릭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마마마 반역의 이야기 ㅠㅠ
호무라!!!
하아앍!!!!
호무호무쨔응!!!
얼마전 피규어로도 나왔죠(당연히 지를거임)
아름다우십니다!!!!!!!
멋지십니다!!!!!!!!!!!!!!!!!!!!!!!!
날 가져요 엉엉엉어ㅓㅓㅇ엉 ㅠㅠㅠ
근데 문제가 있었던것이예요
호무호무의 저 옷은 너무너무 예쁘지만
가슴이 사정없이 죽죽 파여있고 옆구리와 등짝이 휑 한것이
.....
과연 아줌마가 입어도 괜찮은것인가....
어쩌다 잘못해서 시어머님께 들킨다고 생각하면....
...
....
휴...
얌전히 아랫목 덕질이나 하자...ㅠㅠ
오른쪽 모니터에 마마마를 틀어놓고, 왼쪽 모니터에서 오유를 구경하던 어느날
호무연아를 발견했습니다
???!!!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머리속에 뭔가가 팍 지나갔습니다
(참고로 전 연느도 엄청 좋아해요.
그녀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딴게 너무 기뻤던 나머지
콘푸로스트에 콜라 부어먹은적도 있어요^^ㅋ
모아놓았던 연느 화보들을 보던 저는
(아아이쁘다ㅠㅠ정화된다ㅠㅠㅠ)
피겨선수복 만들듯이 노출있는 부분에
살색 천을 사용하기로 후후훟후후
그리고 저렇게 따글따글 반짝반짝 예쁜 큐빅도 잔뜩 박아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미친짓이었어요
이 방법이라면 어머님께 들켜도
'피겨선수복 스타일 촬영용 옷이에염^^'
이라고 나름 변명도 할 수 있으니 ㅇㅋㅇㅋ
여튼,
어떻게 할지 머리속에 파바박 떠오른 이상
이제 만들 수 밖에 없는겁니다 ㅋㅋㅋ
근데 또 시작부터 큰 난관이...
저 옷은 몸에 꼭 맞게 만들어야 하는데 ㅠ
이제까지 코스프레용 야매 옷만 만들던 제가 과연 저걸...ㅋㅋㅋㅋ
그래서 초빙했습니다
의상디자인 전공하신 동생아줌마 김시작님'ㅅ'ㅋ
모모해리이프: 시작아 뱅기표줄테니 제주도와라 ㅋ
김시작: 올 ㅋ
모모해리이프: 대신 옷본뜨는법좀 알려다오
김시작: 콜 ㅋ
서론이 길었으니 이제부턴 좀 스피디하게 가볼게요 'ㅅ'ㅋ
사진 위주로 ㅋㅋ
김시작양에게 열심히 첨삭받은 저의 생애 첫 바디스 ㅋㅋㅋ
모든 옷의 기본이 되는 패턴이고요
모든 옷은 저걸 변형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ㅅ'ㅋ
저걸 변형해서 일단 끈 없는 탑드레스 디자인으로 만들어봄
실수하면 안되니까 광목천으로 테스트테스트
잘 맞네요 이제 본격 제작 ㄱㄱㄱ
살색 스판 천 준비
모짜렐라 치즈마냥 아주 잘 늘어나네요.
그래서 원래 뜬 옷본의 2/3 사이즈로 만듦.
홀터넥 디자인으로 일케일케
잘 맞는 것 같다.
골반까지만 있으면 되는데 일단 여유있게 ㅋㅋ
다음은 미리 사둔 스판 벨벳을 탑드레스로 재단해서
(반짝반짝 예뻐서 확 사버림)
다시 몸에 가봉ㅋㅋㅋ
잘 맞네요. 살색 스판과 검은 천 사이에는 뽕도 놓었어요 헤헷^^
그래야 핏이 이쁘니까 /ㅅ/
(스판기 있는 천일 경우, 뽕은 바스트포인트에 맞춰서 달면 된대요 -///-)
근데 뭐 하나 할때마다 입어봐야 하고,
입을 때마다 남편이 시침핀으로 온몸을 찌르는 바람에....ㅠㅠ
가봉바디를 질렀어요!!
야호
그것도 딱 제 사이즈에 맞는걸로 주문제작했더니
내 마음은 풍요롭고
내 잔고는 거지같고
그래도 가봉바디가 있어 스판이건 나발이건간에
몸에 딱 맞게 만들수 있게 되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기분이로다
홀터넥 라인도 깔끔하게 정리하고'ㅅ'
사정없이 호무라 옷 디자인 그대로 야하게(=ㅂ=..) 잘 잘라서 시침핀을 팍팍'ㅅ'ㅋㅋㅋㅋ
꽂고 시침질도 팍팍
(분명 중간에 저 모양을 내기 위한 옷본이 따로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생략ㅋ)
1 아내는 덕질하고 남편은 랭겜하고 있네요 ㅋㅋㅋㅋ
잘 박아서 쪽가위로 쪽쪽 잘 정리해주면..!
그리고 치마끝단도 느낌대로 잘라주면 이힣힣
뭔가 어두메다크한느낌이 나기 시작합니다
목에 저건 언제생겼냐면 분명히 이케이케 만들었는데 사진 안찍어놓음'ㅅ';
걍 만들어서 마찬가지로 살색 스판에 붙이고 등에 다같이 통째로 콘솔지퍼를 달았어요
자 이제,
본격 피겨복스럽게 큐빅을 박아봅시다.
일단 이런건 처음 해보는거니까,
연느옷에 달린 스왈로브스키 말고(검나 비쌈 ㅎㄷㄷ)
핫픽스를 사왔슴다.
인터넷으로도 구매할 수 있고 동대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핫픽스!!!
저걸 어떻게 하냐면 큐빅 뒤쪽을 불에 달궈서 천에 붙이면 됩니다^^
나란여자 공예과를 졸업했지 후후
나에게 이런 노가다 작업은 누워서도 떡먹기.
나의 수년간 단련된 노가다력이라면 저정도쯤은 하루만에 완성 할 수 있기는 개뿔
해 떴을 때 시작해서
해가 뉘엿뉘엿
달랑 저거함.....
엄마 ㅠㅠㅠㅠ....
도와줘요...
한알한알 핀셋으로 집어서 저걸!!!!
녹여서 뙇 붙여야 하는데
딱! 집어서 촛불에 댔더니 촛농으로 퐁 떨어져버리고 -_-
무사히 녹여서 옷으로 가져가는 중에 지글지글 끓던 핫픽스가 내 연약한 허벅지 살가죽으로 툭! 떨어지고 으아아아
그와중에 우리집고양이 이프는 호시탐탐 핫픽스상자를 노리니...
정말 저걸 붙이던 일주일간은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orz
그리하여 일주일 후..
드디어 다 붙임 ㅠ
나름 깃털모양을 어레인지해서 예쁘게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ㅎㅎ
까만색만 붙이면 절대 안예쁘기 때문에 이색저색 번갈아가며 ㅋㅋㅋ
여튼 입어봄
잘 맞는다 ㅠㅠ
하도 고생해서 다 붙였기에,
저걸로 거의 다 만들었다고 착각을 했죠 ㅋ
하지만 악마호무호무의 치마는 깃털로 풍성풍성해 'ㅅ'
아주 뻣뻣한 샤에 주름잡아 박아서
치마를 붕붕 띄울 준비를 합니다
모양잡아 자르면 일케됨
옷 라인이 괜춘한데? 이제 깃털 느낌을 내봅니다
아주 가볍고, 반짝거리는 펄이 잔뜩 묻어있는
망사를 지그재그로 잘 재단해서 드륵드륵 주름잡아 박아주고
(저 펄 엄청 떨어짐 코풀면 콧물이 까맣게 반짝여요 데헷)
이걸 수십개 준비합니다(,.)
요렇게 붙여나가봅니다
호오 점점 그럴듯함
차근차근 반복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깃털도 붙여줬어요
근데 사진없음 ㅋ
무아지경에 이름
악마호무의 포인트 마도카리본 ㅋㅋ
이건 더이상 재봉틀 쳐다보기도 싫어서
온리 글루건으로 슏슏 만들었어요
생각보다 만들기 쉬움
휴.....
옷 완성!!
우왕 짝짝짝
참 잘했어요
등짝을 보자
오오 그럴듯해
풍성해보인다
졸x 열심히 붙였는데
정작 사진찍으니 나올 일이 없었던 등짝 디테일
ㅠㅠ
재봉질할때 빙구같이 해서 오른쪽 응뎅이 큐빅으로 떼움ㅋㅋㅋㅋㅋㅋ
자 옷을 완성했어요!!!
와!! 완성이다 완성이야!!
ㅠㅠㅠㅠ
고생했다 나 ㅠㅠ
자 이제 코스프레만 하면 되는건가?! ^ㅂ^
남편: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나: 아냐 없어
남편: 잘 생각해봐
나: 그럴리가 ^^
남편:
크고아름다운 날개를 까맣게 잊고있었던겁니다
뭐 어차피 제주도에서 만들어봤자 서울로 들고가기도 빡셀건데
걍 서울가서 만들기로 ^ㅂ^
(옷 완성한게 서울가기 하루전 ㅋㅋ)
서울 도착하자마자 남대문에 가서 재료를 싹쓸어오고,
머리속에 도안이 다 있다며 또 자만한 저는 후훟
날개만드느라 결국 딸랑 세시간 자고 촬영하러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맥스와 기타등등을 이용해서 날개 틀을 만들었어요'ㅅ'
어깨고정 - feat. 투명끈
짜잔
접을수도 있고 펼수도 있지요
두꺼운 공예철사로 힘을 주었기 때문이에요
한참 뚝딱거리던 와중에
아부지: 딸아 친정까지 와서 이게 무슨짓이냐
나: 덕질을 하고있습니다 아버지(당당)
아부지: 도와줄까?
나: 콜!!
저 때문에 잠도 못자고 도와주신 아부지 고마워요 .... ㅠ
30대들어서까지 코스프레하고있는 철없는 딸을 용서하세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전 이미 덕후인걸
그래도 아부지 없었으면 한숨도 못자고 갈뻔..큷 ㅠㅠ..!
다 만듦ㅋ
깃털부분에는 예쁘라고 잘 안떨어지는대신 비싼 펄을 처발처발해줌
(포스터칼라 통만한게 2만원이나 함 조낸비쌈 ㅠㅠ 내 잔고 안녕 흑흑)
드디어 촬영하러 가는데..
마침 센스있는 우리 남편은
강원도에서 맨발로 잭 프로스트 코스프레 할 때 처럼 고생하지 말라고
차를 렌트해주었어요 ㅠㅠ
(고마워 내남편 ㅠㅠㅠㅠㅠㅠ 덕심으로 대동단결)
옷과 소품을 챙기고 운전을 해서
예약했던 스튜디오로 gogo
스튜디오가 인천이지만!! 차가 있으니까!!
남편 사랑해!! 를 외치며 운전을 하던 도중...
아.....
마법소녀 코스프레 한다고 한달에 한번 걸리는 마법에 걸리고 말았구나....
Ah....
....
평소에 몰던 차가 아니라서 길도 안들었고 잔뜩 긴장했는데
게다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는데...
Ah....
....
.
졸리고 배아프고
어떻게 무사히 도착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레드불 + 진통제를 투여했던 것 같음)
어찌어찌 도착하여...
촬영 어쩌나했는데
내일 뿐 아니라 다음주에 쓸 에너지까지 끌어와지더군요 ㅋㅋㅋㅋ
힘이 불끈!!
결론은 촬영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원래 옷 패턴에 대해 가르쳐준 김시작 양과 얼티밋마도카 + 악마호무라
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동생이 옷을 빌릴 수 없게 되어 ㅠ
이번엔 걍 솔플로 'ㅅ'ㅋ
언제나 그렇지만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합니다 ㅎㅎ
보정 + 합성하다 느낀건데,
옷을 준비하고 촬영하는 시간 이상으로 참 오래 걸려요
진짜 좋아하는 캐릭의 코스사진이니까요
일단 사심이 가득 들어가죠
게다가 하다보면 마치 공들여서 외주를 하거나 개인 그림을 그릴 때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한장하는데 하루종일 걸릴때도 있고 -ㅅ-;;
그런데도 재밌는걸 보면,
이건 코스프레랑은 또 다른 취미로 생각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ㅋㅋ
특히 이번엔 이것저것 시도해본게 많아서 재밌었어요~_~
마녀 필드같은 느낌으로 합성한 것도 있고요
마도카를 가둔 것 같은 이미지로 마무리한 사진을 아는 동생에게 보여주었더니
"저건..... 마도카!!!"
라고 해줘서 완전 햄볶았듬...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준 좋은예..쿨럭
다음엔 또 무슨 캐릭이 저를 선덕선덕하게 만들어서
방구석에서 끄집어낼지 기대가 되네요
덕후로 사는건 참 행복한 것 같아요 *=ㅂ=*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또 뭔가 들고올게요
(기약없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