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몰려드는 광고 러브콜에 시야가 흐려진 모양이다. 김수현과 전지현이 한류 열풍을 타고 대륙을 삼키려다 중국의 야욕인 동북 공정을 돕는 꼴이 됐다. 도대체 무엇이 두 한류 스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일까.
19일 연합뉴스는 전지현과 김수현이 중국 헝다그룹 광천수 광고 모델로 발탁돼 업계 최고 대우의 모델료를 받고 광고 촬영에 임했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우리에게 중국 슈퍼리그 프로팀 광저우헝다로도 잘 알려진 부동산 그룹으로, 지난해부터 광천수 사업에 뛰어들어 내수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넘보며 청룽, 판빙빙 등을 내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올해는 여기에 한류 스타 김수현과 전지현이 가세했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광고로는 두 번째로 헝다의 생수인 헝다빙촨(恒大氷泉) 모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전지현은 중국에서, 김수현은 한국에서 각각 광고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두 배우가 모델로 나선 해당 제품의 출처다.
광천수의 생산지는 한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이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백두산이 발원지인 광천수의 얼굴이 됐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칭한다. 중국에서는 장백산을 백두산이라고 표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건 제품이건 광고건 백두산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검열 대상 단어다.
1998년 중국 국무원은 '백두산 천지'를 '장백산 천지'로 바꾸고 공개 출판된 지도에도 그렇게 바뀐 명칭을 기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백두산을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받기 위해 벌써 수년 전부터 초석을 다져왔다.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장백산의 함의는 더욱 무섭다. 중국은 한국을 중국의 속국화 시키는 작업인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백두산을 '청조의 발상지'라 주장하며 애초 중국의 땅이었다고 왜곡하고 있다. 백두산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지우려는 데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앞서 농심은 자사의 생수 브랜드인 '백산수'를 중국에서 판매하며 광고에 수원을 '장백산'으로 표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장백산은 한국인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표기다.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 측은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다. 키이스트는 19일 스포츠동아에 "김수현과 전지현이 광고 촬영을 한 생수 브랜드의 이름은 '헝다빙촨'이다"라고 밝혔다. 제품명에 '장백산'이 들어가지 않으면 괜찮은 게 아니냐는 의미일까. 생수의 이름이 '헝다빙촨'인들 제품 후면 설명에 '수원:장백산'이 빠질 리 없다. '장백산'이라는 단어 자체에 동북공정의 짙은 의도가 담겨 있다. 역사 왜곡이라는 한국인이 분개할 사안이 닿아있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한류 스타의 입에서 "장백산은 백두산이다"라는 공식 발언이 나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안다. 다만 김수현과 전지현은 광고 제의를 애초에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로 중국 광고계 섭외 1순위가 된 김수현과 전지현이다. 최근 국내 언론들은 김수현은 35개, 전지현은 25개의 광고 계약을 맺어 두 사람이 벌어들인 돈이 5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장백산 광천수 광고가 아니라도 차선은 충분히 많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눈 앞에 들이밀어진 억대 개런티에 눈이 멀었을까. 나라 밖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톱 한류 스타의 행보라기에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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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