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오유에서 본 어느 무속인분 글의 댓글에서 어떤 분이 명상 같은 수련을 하는데 부모님이 아프셨다는 등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그만두셨다는 걸 보니 예전 친구한테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서요.
몇년 전에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다가 화제가 귀신 얘기로 흘렀어요. 저는 "난 그런 거 안 믿어. 그런 거 믿는 사람들이 머리속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잖아"하고 잘라 말했는데 평소 성격을 보면 당연히 제 말에 동의할 줄 알았던 어떤 친구가 자긴 잘 모르겠다고 어쩌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 중학교 때 얘길 해줬어요. 지금은 좀 가물가물하지만 기억나는 것만 쓸게요.
그 친구가 중학교 때 걔네 학교에 새로 부임한 과학 선생님이 있었대요. 근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좋다고 소문이 났다네요. 친구는 그 선생님이 잘가르치나보다 했는데 수업 들어보니 그냥 보통 선생님...특별한 건 없었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선생님이 기 얘기를 하더래요. 무슨 기수련? 그런 거 얘기하면서 뭐 공부에도 도움되고 그러니 관심 있는 애들은 아침 몇시까지(등교시간보다 좀 이른 시간) 과학실로 와라...했다네요. 그 다음 날 호기심에 많은 애들이 과학실로 갔고, 거기서 선생님은 무슨 호흡법이랑 명상? 그런 걸 가르쳐주더래요. (친구가 하는 시늉으로는 눈 감고 손 모으고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었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침 일찍 과학실에 모이던 애들이 슬슬 안 나오기 시작했고 친구는 안 나오는 애들한테 "야 너 왜 요새 안 와?"하고 말을 거니 그 애들은 뭔가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대답을 회피하더래요. 그러다가 어느 친한 친구가 겨우 이유를 얘기해줬대요. 그 친구는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집에서도 자기 방에 앉아서 그 수련을 했는데 한번은 수련을 하다가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평소 안 보이던 게 보였대요. 창 밖에서 웬 남자 한명 여자 한명이 창틀에 매달려서 방 안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참고로 그 친구 집은 흔한 고층아파트임) 그 이후로 겁이 더럭 나서 그 수련을 그만뒀대요.
제 친구는 그때까지 그런 걸 전혀 못 느껴서 왠지 약이 올라서 나도 함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 나갔다가 나중엔 결국 겁을 먹고 그만 뒀대요. (친구가 그만 둔 계기는 자세히는 기억 안 나는데 그 선생님이 무슨 장풍을 쐈다고 했나? 그래서 과학실 책상이 뒤집혔다고 했는데 하여튼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장면을 보니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무서워서 그만뒀다고 했어요)
아무튼 오유에서 본 댓글 때문에 예전에 들은 얘기가 생각났는데요, 그분 댓글이나 친구얘기를 참고하면 명상 같은 것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걸까요? 명상이 집중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얘길 들어서 사실 관심은 있었는데 이런 얘기들 들으면 좀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요. 사실 환각을 경험하는 게 몸에 좋는 건 아니잖아요. 또 이런 사례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참고로 그 선생님이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그 아침수련에 오래 나갔던 학생들이 과학경시에 나가서 상을 휩쓸어왔다네요. 제 친구도 은상인가 받았는데 친구 말로는 희한하게 경시 시험 문제가 그냥 보통 학교 시험문제처럼 여겨졌다고... (평소 공부 잘하긴 했는데 문과 성향이고 딱히 과학소년 타입은 아니었음)
음 쓰고보니 미스테리게시판에 쓸걸 그랬나; 암튼 저는 창틀에 매달려있던 남녀 얘기 땜에 이 얘기 듣다 소름 끼쳐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