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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플레이, 홍명보의 선택
게시물ID : soccer_1114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싸좋쿠나
추천 : 14
조회수 : 1483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4/06/19 18:28:52
현대축구에서 원톱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역할은 포스트플레이 입니다. 이걸 세부적으로 기술하자면 전방에서 공중볼 경합으로 공을 따낼 수 있어야 되고 여차하면 골대를 등지고 공을 지키며 2선의 동료들이 올라올 시간을 벌고 좌우측면 윙어와의 스위칭등의 플레이를 통해 미드필더들이 침투해올 공간을 창출하고 저렇게 스위칭 했을 경우 뒤로 빠져서 공미처럼 공을 내주는 플레이를 해야 된다 이거죠.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나 수비수에게 공이 갔을때 편하게 빌드업을 할 수 없게 전방에서 상대 수비선수들에 대한 압박도 해줘야 됩니다. 거기에 공격수 본인의 역할인 득점까지 해야 하구요. 

저걸 다 잘하면 지구상 어느 축구팀에 가도 한자리 할 수 있습니다. 저 중에 몇가지가 쳐지는 선수라도 다른 플레이에 강점이 있다면 최상위권 팀은 아니라도 유럽무대에서 뛸 수 있고 상위권에서 조커 내지 로테이션 선수 자리를 노려볼 수 있구요. 지금 현재 최고의 중앙공격수로 거론되는 벤제마, 레반도프스키, 반페르시, 디에구 코스타 등의 선수들은 앞서 말한 플레이뿐만 아니라 대충 패스를 줘도 본인이 해결해 버릴 수 있는 탁월한 개인 능력이 있기에 리그우승을 노리는 수준의 팀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거액의 이적료를 동반한 이적루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박주영의 경우를 봅시다. 

1. 공중볼 경합으로 공을 따낼 수 있는 능력
2. 골대를 등지고 볼키핑 할 수 있는 능력
3. 미드필더와의 스위칭 플레이 
4. 2선으로 빠졌을때 공미처럼 뛸 수 있는 능력
5. 전방압박 능력 
6. 득점력

일단 박주영은 저 여섯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뭐 애초에 저 여섯가지를 월드컵 본선레벨에서 통할정도로 수행할 수준이었으면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밀려 셀타비고나 왓포드로 임대를 전전할게 아니라 아스날에서 지루와 주전다툼을 하고 있거나 다른 빅클럽에서 뛰고 있었을테니 당연한 소리죠. 그럼 박주영이 지닌 강점이 뭐냐. 저 여섯 가지 중 박주영이 잘한다고 할 수 있는 능력은 공중볼 경합과 미드필더, 특히 좌우 윙어들과의 스위칭두가지를 꼽을 수 있고 크게 모나지 않는 전방압박 능력을 겸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경우는 박주영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한 대회였죠. 박주영이 비록 득점은 프리킥 한골에 그쳤지만 지속적으로 윙어들과 자리를 바꿔주는 움직임을 통해 박지성과 이청용이 중앙으로 파고들 수 있게 만들었고 박주영이 공중볼 경합으로 공을 따낼 수 있었기에 한국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빌드업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중원에서 세밀하게 패스를 할 필요 없이 좀 길게 내지르는 패스를 해도 박주영이 받아줬고 그래서 미드필더들은 압박과 수비에 좀 더 전념할 수 있었다 이겁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 시피 아스날 이적 이후 박주영은 3년, 두시즌 동안 제대로 경기를 뛴 횟수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드러났죠 

월드컵-밥줘.jpg

저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패스 미스를 뜻하는 빨간 화살표 입니다. 최전방에서 공을 받아서 다른 선수들에게 내줘야 할 선수의 패스가 부정확하니 제대로 된 공격작업이 이뤄질리가 만무하죠. 하다못해 친구들과 심심풀이로 공을 차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공격시 주고 받는 패스가 안되는데 세밀한 공격이 될리가 있겠습니까? 결국 오롯이 선수 한명이 드리블로 돌파하는 개인 전술 말고는 공격루트가 없어지게 되죠.  
 
거기에 공중볼 경합이 좋았느냐 하면 사실 썩 좋았다고 하긴 어려울거 같습니다. 

월드컵-김영권.jpg

주로 수비진영에서 최전방으로 한번에 이어지는 롱킥은 김영권의 몫인데 저 김영권의 롱킥을 보시면 알겠지만 거개가 실패입니다. 손흥민과 이청용, 두 윙어가 러시아 윙포워드의 공격을 협력수비 하기 위해 상당히 깊게 내려와야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방에서의 공중볼 싸움은 주로 박주영이 해야 할 몫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영권의 롱킥은 갈길 모르는 오발탄이 되었고 박주영의 헤딩 플레이중 그나마 쓸만했던게 손흥민에게 내준 한차례의 헤딩패스 정도였다는걸 생각하면 공중볼 경합 역시 신통치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전반전에 손흥민의 슈팅외에 별다른 장면이 없었던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방 원톱선수가 자기가 해줘야 할 플레이 중에 그나마 전방압박 외에는 제대로 했다고 할만한게 없는데 대체 어떻게 공격상황에서 이렇다 할 장면이 나오겠습니까? 상대방이 어서 골 넣으라고 막 비켜주지 않는 이상에야 안나오는게 당연한거고 후반에 이근호가 사방으로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뭔가 좀 되는거 같은 그림이 나오는 것 역시 당연한겁니다. 

이미 월드컵 직전에 가진 두차례의 평가전과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통해 현재 박주영은 기존에 가진 강점들을 죄다 잃어버린 상황임을 확인했습니다. 거기다가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역시 되지 않음을 확인했구요. 

이쯤에서 홍명보 감독의 다음수가 궁금해집니다. 감독 홍명보의 데뷔무대였던 U20 이집트 월드컵 1차전 카메룬전에서 최소 무승부를 해야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에서 조영철,김동섭 등 기존의 선수들이 상당히 부진하여 2:0의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자 2차전 독일전에서 서정진, 김민우를 투입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하여 16강 진출의 불씨를 살리고 미국을 손쉽게 제압해서 U20 대회 8강까지 진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여담지이만 이때 8강 상대는 그 대회 우승팀 가나였고 경기내용도 3:2 아쉬운 패배였죠) 

비교적 관심이 덜한 U20 대회도 아닌, 전국민의 눈이 모여있는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알제리 전을 앞두고 과연 홍명보 감독은 어떤 수를 선택할까요. 미워도 다시한번? 아니면 이집트 대회때 그랬듯 과감한 선발 라인업 교체? 결국 감독의 선택은 결과로 평가받기 마련인데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제리전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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