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eYCNaBKmRlU
고동우, 셋방살이
내 나이가 늘려온 건 잠긴 방의 자물쇠
마음이 세든 방마다 첩첩이 에워싸고
채우면 채울수록 더
옥죄이는 쇳소리
허투루 들여놓은 모난 삶의 세간살이
구석으로 몰아붙인 애먼 이의 울증인가
문지방 전전할수록
내 허물이 날 가두네
이 빠진 살림살이 거듭 내다 버리고
손 때 반질반질 홀로 아문 상처 보며
허문다
애당초 너른 집
스스로 친 칸살을
문수현, 눈부처
그대의 눈동자에 아직
내가 새겨지지 않았다면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서
그대의 눈부처 되리
떠나가도 헤어져도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
사랑한다 말해놓고 돌아서면
지워지는 그림자가 아니라
무시로 스쳐가는 구름이 아니라
호수의 바닥이 된 하늘처럼
깊이 뿌리내리고
눈 깜박일 때마다
눈동자 가득 살아나는 얼굴
나, 그대의 눈부처 되리
오규원, 나무와 해
허공의 나뭇가지에 해가 걸린다
나무는 가지가 잘려가지 않고 뻗도록
해를 나누어놓는다
가지 위에 반쪽
가지 밑에 반쪽
허공은 사방이 넓다
뻗고 있는 가지
위에 둥근 해가 반쪽
밑에 둥근 해가 반쪽
김화순, 억새
천근의 허공 밀어내느라
가느다란 척추 안간힘으로 뒤튼다
몸은 철새의 길 따라 이동하고 싶은 걸까
바람 부는 쪽으로
부르르 부르르 깃털을 턴다
지상에 발목 잡힌 억새
까실까씰 깃털들 앙상해진 새처럼
하늘 한쪽 그러잡고 점점이 흩어진다
찬바람의 손길
꺼진 시간의 불씨 지피는 늦가을
저 소득 없는 분주한 날개짓
웅크려 모여앉아
봉긋, 비행의 노정 부풀리고 있다
김기홍, 하루살이
누군가 풀꽃을 짓밟고 갔다
어제는 현수가 다리 부러져 입원하고
오늘은 빔 위에서 내가 떨어졌다
마른 손 적실 수 없는 강물은 흐르고
햇살처럼 반짝이는 현장소장 씰크카라
안개비 서늘한 강 건너 풀밭을 바라보며
라면으로 풀어져 앉은 벨트 위에서
죽은 살 한 겹 떼어낸다
찌든 얼굴마다 햇살이 박힌다
강바람 풀어놓고
종달새 제비 울어쌓는데
목련꽃 떨어져도 돌아오지 않는 어씨 영감
그냥 지나쳐 가는 우체부의 뒷모습에 눈을 심으며
오지 않는 편지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