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안녕? 잘 지내고 계시지? 거긴어때? 좀 살만해? 겨울되니까 할아버지가 더 보고싶어지는거 있지. 이맘때쯤부터 병원 잘 오시고 입원하시고 손녀딸 보고싶다고 오래계시고. 그땐 매일 들렸다만 가는데도 가끔 귀찮아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생각을 했었다는게 너무 죄송해. 할아버지 집에 계실땐 손녀딸 혼자 일 다닌다고 맨날 저녁마다 밥 챙겨먹으라고 전화해주고 밖에 너무 돌아다니지 말고 얼른 집 들어가라고 하던 잔소리도 지금은 더 해줬으면 해.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 그때 내가 조금더 전화 잘 받아줄걸. 양평있을때 조금 더 많이 찾아뵐걸. 병원에서 일하면서 용돈받아서 할아버지 맛있는거 하나 못사드리고 매일 할아버지가 추우니까 택시타고 가라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오히려 나 용돈 쥐어줬는데. 나 진짜 못된 손녀다. 나름 내가 손자들 중에 제일 잘하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러지도 못했네. 미안해 할아버지. 마지막 가실때도 할아버지 못봤잖아. 아니 안봤지. 보내드리기 싫어서. 믿기지가 않아서. 아직도 가끔은 할아버지가 살아계신것만 같아. 언제라도 전화해서 손녀딸 잘 지내냐고 밥은 잘먹고 공부 열심히하냐고 전화할것만 같고, 양평가면 할아버지가 집에 계실것만 같아. 이래서 사람들이 있을때 잘해 라는 말을 하나봐. 있을때는 모르는 허전함, 소중함. 너무 뒤늦게 알고 후회하려니 그 후회하는 것조차 죄송하고 또 죄송해. 거기선 담배도 피지말고, 여자도 그만 좋아하고 좋은사람 한분만 잘 만나서 잘 지내시길 빌어. 아프지말고, 제발. 아프면 맨날가서 돌봐줄 사람도 없잖아 지금은. 내가 나중에 가면 잘 돌봐줄께. 생전에 못한 효도! 가서 내가 다해줄께. 그니까 그전엔 그곳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계셔. 손녀딸 보고싶어도 참고! 나도 할부지 보고싶어도 지금 꾹꾹 잘 참고 있으니까... 다음생에도 할부지 손녀로 태어날께. 할부지도 내 할아버지로 다시 태어나서 잘살게 해달라고 미리 기도드리고 있어>.< 많이 보고싶고, 언제 해준지도 기억 안나는 말이지만 사랑해요 할아버지...♡
하나뿐인 귀염둥이 둘째손녀 효선올림
이 편지는 공군 병사인 제가 부대 서고 구석에 꽂혀있던 책의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한 편지입니다. 아주 정성스럽게 접혀 있었지만, 아무도 읽지 않아 먼지가 쌓인 책이었기에 언제 쓰여졌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편지입니다. 글쓴이를 찾아 돌려드리고 싶지만 이 글쓴이가 남긴 단서는 몇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 편지가 이 부대에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지 짐작도 할수 없지만, 시간의 간격을 두고 저에게 전달되게 된 것은 무언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편지를 그대로 두기에는 너무 아까웠기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 편지를 보고 주변에 짐작가는 분이 없으신가요? 부디 전해지길 바랍니다. 이 편지를 보고 저도 느낀 바가 많았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