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 태어날 보름이에게..
아빠의 빨래는 화순 천운장 화순광업소 사원아파트의 연탄보일러 아궁이의 찜통에서 삶아졌었고,
우리 보름이의 빨래는 LG 트롬 세탁기에서 삶아지겠지..
아빠는 어릴적 군것질을 하기 위해선 약 400미터 거리에 있던 오동상회로 갔지만,
보름이는 집근처 마트나 편의점을 이용할거구..
아빠는 7살, 초등학교 1학년때 처음 혼자 버스를 탔는데 그땐 버스요금이 50원이었지만
우리 보름이가 7살때는 버스비가 한 1000원 정도 하려나?
아빠가 살던 화순 천운장에는 3일에 한번씩 화순군의 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가방에 비디오를 잔뜩 채워서 동네로 왔었는데
보름이는 보고싶은 만화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다운받아 보겠구나..
아빠는 어릴적 일요일이면 미래소년코난, 요술공주 밍키, 우주전함 코메트 같은 만화를 보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우리 보름이는 뽀로로와 타요, 로보카폴리 혹은 앞으로 나올 만화를 보게 될거야.
아빠 어릴적 수요일에 KBS에서 방송하던 '미미의 컴퓨터 여행' 이라는 만화를 좋아했었는데,
그 만화가 일본 원작이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기도 했단다. 위에 말한 미래소년코난, 요술공주 밍키, 우주전함 코메트도 일본 만화였었구.
보름이는 우리나라 원작 만화를 더 많이 접하게 되겠지.
누구나 좋아하는 만화캐릭터가 있잖아? 보름이도 분명히 그런 캐릭터가 생길텐데,
아빠의 로망은 태권V였었어. 돌아가신 기오삼촌이 보름이의 고모인 주영이와 아빠를 데리고,
광주 남도 예술회관에서 독수리오형제 동시상영을 보여주시기 전부터 광팬이었지.
친구가 가지고 있던 3단변신(분리) 84태권브이 장난감이 갖고 싶어서 울었던 적도 있었고,
84년 아빠가 5살때 반상회 하던 날, 오빠의 엄마와 화순에 나갔다가 문구점에서 본 84태권브이를 팔던걸 사달라고 말못하고
버스로 40분 거리의 집에 와서 용기내서 엄마한테 허락받고 다시 혼자 화순을 두번이나 왕복해서 그걸 사왔던 적이 있었단다.
엄마 아빠를 따라 반상회를 왔던 동네 친구, 형들 사이에서 태권V를 조립하며 느꼈던 그 희열은 아직도 아빠의 머리카락을 서게 하는 느낌이야.
보름이도 그런 절실하게 소유하고 싶어질 그 무엇이 있겠지?
그게 무엇이 될지 아빠는 정말 궁금하다..
아빠가 혼자서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곳은 5살때 할아버지 회사에서 교환이 받아서 전화를 연결해 주던 전화로
2-9636번으로 기억하는 광주 지원동의 외할머니 댁이었어.
지금과는 달리, 당시 아빠 집 전화는 검은색으로 다이얼이 없는, 수화기를 들면 할아버지 회사의 교환이 바로 연결이 됐었고,
그 교환한테 걸고싶은 전화번호를 말하면 연결해주는 전화였거든.
그때 보름이 고모랑 전화기를 들기 전에, 그 교환 누나한테 말하는게 어찌나 망설여 졌는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단다.
큰 맘 먹고 수화기를 들어서 외할머니댁에 전화연결이 되었을때, 안나이모가 전화를 받고 아빠가 전화한거냐고 대견해 하시던 그 목소리도 기억 난단다.
우리 보름이는 집전화가 아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겠지?
과연 보름이 자유의지로 전화를 거는 첫 상대는 누가 될까?^^
아빠 어릴적에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광주 금남로의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적이 있었어.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고모와 함께 차가 다니지 않는 차도를 맘놓고 뛰어다닐 수 있다는 그 날이 어찌나 신기했던지..
엄마와 아빠, 보름이가 지금 살고 있는 부천에 언제까지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부천에 계속 살게 된다면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는 매주 부천 시청에서 어릴적 아빠가 느꼈던 그 신기함을 보름이도 느낄 수 있을거야.
아빠가 어릴적부터 너무 좋아했던 음식중에 모밀국수가 있어.
광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어렸을 적 할머니가 고모와 아빠를 데리고 충장로에 나갈때마다,
지금은 없어진 삼양백화점 앞의 청원모밀과 산수옥모밀에서 늘 먹는 메뉴였었어.
보름이도 광주에 지창이 삼촌집에 보나를 만나러 갈때마다 먹게 될텐데,
보름이도 과연 모밀국수를 좋아하게 될까?
아빠는 지금도 광주에 내려가서 먹을때마다 사리를 추가해서 국물까지 다 먹을정도로 좋아하는데,
지금도 모밀국수를 그리워 하는건, 그 맛도 맛이겠지만 어릴적의 추억이 담겨있는 음식이어서가 아닐까 한단다.
보름이가 엄마와 아빠를 만날날이 이제 정말 얼마 안남은것 같아.
작년 9월에 태국에 갔던 엄마 아빠에게 온 보름이..
아빠를 사랑한 이유로, 보름이를 가지게 되고 40주라는 긴 시간동안 두달을 입덧으로 입원해야 했고,
무거워진 몸으로 매일밤 선잠을 자면서도 않고 하루하루 버텨준 엄마에게 감사할 줄 아는 보름이가 됬으면 좋겠단다..
지금은 엄마뱃속에 있는 보름이를 실제로 보게 되었을때,
그리고 세상에 나온 보름이와 보름이의 엄마에게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거라는 약속을 할게.
우리 보름이..내일 모레 보자꾸나..
ps. 예전에 아내의 입덧이 심해서 고게에 응원을 부탁했던 보름이 아빠입니다.
힘들었던 40주가 끝나가는 무렵, 일하면서 끄적거렸던 글을 올려봅니다.
그간 보름이를 뱃속에서 키우느라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었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그리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어제 자기 얼마나 사랑하냐고 물었는데, 바로 대답을 못했어요 ㅋ)
보름이가 태어나면 또 찾아뵐게요~
세상의 모든 부모님과 임산부님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