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친문재인계 외곽의 인재들을 불러모으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친문계라는 틀에 갇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전통적 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수용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23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전병헌 전 의원, 전현희 의원, 김태년 의원, 임종석 전 의원 등 친문계 외곽에 있던 인사들이 문 전 대표의 대선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다"며 "외부 수혈이 이뤄진 만큼 문 전 대표의 기존 참모들은 최근 모임에서 앞으로 캠프 전면에 나서지 않고 후방 지원하는 역할만 맡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전 대표가 소위 친문계 인사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어 이를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야권 내 다양한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형 대선캠프가 꾸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문 전 대표 캠프에 참여하기로 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친문계로 분류되지 않았던 인물이 다수 눈에 띈다. 3선 의원 출신인 전병헌 전 의원은 1987년 평민당에서 당료로 정치생활을 시작했고, 국민의정부 임기 내내 청와대에서 줄곧 근무하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민주당을 떠나 합류했지만 친노무현 측과는 거리를 두며 당내에선 정세균계로 분류됐다. 애초 '전략통'으로 알려진 만큼 캠프에서는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캠프에서 직능 파트를 총괄하게 될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전 의원은 손 전 대표에게 발탁돼 2008년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 7번을 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전 의원은 2012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을 역임할 당시 비서실장을 맡아 박 원내대표와도 인연이 깊다.
김태년 의원은 2012년 이해찬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해찬계 인사다. 문 전 대표 측근은 "김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원내 비서실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하며 한때 박원순계로 분류됐던 임종석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케이스다. 1980년대 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회장 출신으로 한때 386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임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 당시 정치권에 입문해 2000년 16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노무현의 필사'로 알려진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도 캠프에 참여한다. 그는 참여정부 인사지만 문 전 대표 사람으로 보긴 어려웠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캠프에 합류할지를 고민하다가 친노 결집을 위해 문 전 대표행을 택했다고 한다.
이 밖에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종천 김근태재단 사무처장도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로써 동교동계는 물론 손학규·박원순·이해찬·정세균·김근태계까지 민주당 내 다양한 계파 출신 인사들을 아우르는 화합형 대선캠프를 꾸리게 됐다는 평가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다음달께 명단을 확정해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친문계 핵심 참모들은 후방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다. 노영민 전 민주당 의원은 기존 참모 조직 좌장 역할을 맡고, 양정철 전 비서관은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임종석 전 의원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문 전 대표 보좌관 출신인 윤건영 전 보좌관은 외부 인사 접촉에 주력하고, 박광온 의원과 김경수 의원은 '공동대변인'을 맡아 공보와 언론 스킨십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