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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어제도 그 슬픔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23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6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31 18:44:30

사진 출처 : http://glowhop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ZeehEZbomC0





1.jpg

이희정붕어

 

 

 

붕어의 삶은 늘 시원 할 것 같다

비늘 위에 닿는

무한한 촉각의 영원성을 떠올리는

이 아침이 매끄럽다

고기를 만져본 적이 있다

아주 잠깐 이지만 말이다

슬픔 같은 게 만져졌다

우리들 삶의 둘레에 이끼처럼 달라붙어 있는

그 슬픔 말이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 옆집의 횟집은 그 슬픔을 미리 알고

자르거나 베어버린 정의의 투사인지 모른다

나는 어제도 그 슬픔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슬픔아매끄러운 슬픔아

다시 소생하거라







2.jpg

마경덕

 

 

 

문을 밀고 성큼

바다가 들어섭니다

 

바다에게 붙잡혀

문에 묶였습니다

 

목선 한 척

수평선을 끊고 사라지고

 

고요히 쪽문에 묶여

생각합니다

 

아득한 바다가어떻게

그 작은 문으로 들어 왔는지

 

그대가어떻게

나를 열고 들어 왔는지







3.jpg

나희덕비에도 그림자가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







4.jpg

김규성봄비

 

 

 

저 채점판은

지상의 누구에게나 만점을 준다

 

쓰레기장이나 장미 가시

밤짐승 걸려 넘어진 모난 돌에도

내내 투명하고 둥근 방점을 찍어준다

 

한 걸음 한 걸음

쉴새없이 문제뿐인 수험생이면서

만나는 것들마다

걸핏하면 함부로 가위표를 그어대는

내 거친 손등에까지도

 

그리고 활시위처럼 우산을 펼쳐

길목을 가로막지만

그 위에도 굵은 동그라미를 쳐준다







5.jpg

황동규더딘 슬픔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대 불 꺼지고 연기 한번 뜬 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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