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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별이 말하기 시작했다
게시물ID : lovestory_823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29 19:00:24

사진 출처 : http://grunge4ever4you.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wl7a-XUS_do





1.jpg

성기조

 

 

 

서쪽으로 넘어가는 붉은 노을이

감나무에 모여들어

작은 불씨를 만들었다

 

어둠이 몰려와 지구를 삼킬 때

감은 촛불이 되어 하늘을 밝히고

흰 구름을 띄어

더욱 환하게 제 몸을 태웠다







2.jpg

문정희동백꽃

 

 

 

나는 저기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운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지르는 피 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3.jpg

이정자능소화 감옥

 

 

 

능소화 꽃술에 머리를 처박고

염천을 능멸하는 운우지정의

꿀벌 한 마리

꿀의 주막에 빠져 있다

 

나부끼는 바람과 햇살

불의 사막을 걸어서라도

가 닿고 싶은 매혹과 도취

능소화 꽃잎 속은

달디단 열락의 감옥이다

 

아낌없이 제 향기 제 몸 내어주는

능소화 꿀을 따고도

한 점 상처도 흔적도 없는 저 자리가

오늘 내게는 신전이다







4.jpg

황동규홀로움

 

 

 

시작이 있을 뿐 끝이 따로 없는 것을

꿈이라 불렀던가

 

작은 강물

언제 바다에 닿았는지

저녁 안개 걷히고 그냥 빈 뻘

물새들의 형체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끝이 따로 없는

 

누군가 조용히

풍경 속으로 들어온다

하늘가에 별이 하나 돋는다

별이 말하기 시작했다







5.jpg

윤은경사랑의 초상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사랑엔

늘 흙이 묻어 있다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

단단히 뭉쳐진 흙덩어리들

머뭇거리며 서로손을 찾아 더듬는

어여쁜 몸짓에도 흙냄새가 난다

 

흙 묻은 사랑으로 사람들은

서로의 흙에 흙을 섞으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고

만남은 만날수록 모자란다고

그리움은 그리울수록 그립다고

 

가슴 깊이흙 묻은 사랑을 걸어

눈물 젖은 손으로 서로를 쓰다듬지만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뿌리

도리없는 슬픔

 

지상은 왜 이리 깊은 것이냐

그대

몸을 더듬을 때마다 더욱 깊어지는

흙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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