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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23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3
조회수 : 69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5/25 19:32:28

사진 출처 : https://yourdailyvintage4.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DamXA4vePLw





1.jpg

권현형스며들다

 

 

 

울음송곳으로 누가 자꾸

어둠을 뚫고 있나

한낮 산책길 저수지

수면에 어른대는 당신을

잠깐 들여다보았을 뿐인데

밤새 환청에 시달린다

 

물이 운다는 생각

난생 처음 해 본다

그것도 동물성의

울음꽃떨기를 피워

깊이 모를 바닥에서 송이째

끝없이 밀어 올리는 듯하다

 

저수지 안에서 살아가는

황소개구리가 내는 소리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도

누구의 설움이 조금씩 누수되어

내게로까지 스며들었는지

그때 물이 울었다는 생각

거두어지지 않는다







2.jpg

오규원나무속에서 자본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속에서 자본다







3.jpg

안상학이불을 널며

 

 

 

우리들의 삶이

이불 한 장만한 햇살도 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햇살에 말린 이불을 덮으면서 알았다

이내 눅눅해지는 우리들의 삶

 

더러 심장도 꺼내 햇살에 말리고 싶은 날이 있다

심장만한 햇살 가슴에 들이고

나날을 다림질하며 살고 싶은 날이 있다







4.png

천양희견디다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꽃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일을 견디다 스물 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5.jpg

이근배

 

 

 

풀이 되었으면 싶었다

한 해에 한번 쯤이라도 가슴에

꽃을 달고 싶었다

 

새가 되었으면 싶었다

여름가을겨울을

목청껏 울고 싶었다

 

눈부신 빛깔로 터져 오르지는 못하면서

바람과 모래의 긴 목마름을 살고

저마다 성대는 없으면서

온 몸을 가시 찔리운 채 밤을 지새웠다

 

무엇하러 금세기에 태어나서 빈 잔만 들고 있는가

노래를 잃은 시대의 노래를 위하여 모여서 서성대는가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것일 뿐

가슴에 남은 슬픔의 뿌리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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