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6일 도쿄 중의원에서 이날 개회한 임시국회 소신표명연설을 하고 있다. 2016.09.26.【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등 격차 시정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지난 20일 이를 위한 가이드 라인(지침)을 공개했다.
21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이날 '근로방식개혁실현회의' 회합을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복리후생이 다른 경우의 구체적 예시를 들어 작성한 지침안을 제시했다.
"비정규직이라는 말을 이 나라에서 일소(제거)할 것"이라고 주창해온 아베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어떻게해서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도입하고 싶다"면서 "(이번 지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불합리한 대우 차이를 인정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노동 관행에 대해서도 충분히 유의했다"라고 밝혔다.
이 지침안은 기본급, 성과급, 각종 수당, 복리후생·교육 훈련·안전관리의 4가지 항목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어떠한 처우 차이가 불합리한지 여부를 제시했다. 일본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 간의 임금격차와 관련해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지침안을 작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임금의 핵심이 되는 기본급에 대해서 지침안은 "비정규직의 경험·능력이 정규직과 동일하면 동일한 지급을, 다르다면 차이에 따른 지급을 해야 한다"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상여금(보너스)에 대해서는 '실적'에 의해 지급할 경우, 기여도가 같은데 비정규직에는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는 사례"로 꼽았다. 일본에서는 비정규직에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거나 정규직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통근 수당이나 출장 경비, 경조 휴가 등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대우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라고 명기했다.
이번 지침안 제시로 향후 일본 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어느정도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지침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는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침안이 실효성을 갖게하기 위해 내년 통상국회(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지침안 내용을 토대로 기업들이 꼼수를 부려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아사히는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업무와 역할을 확실히 분류해 오히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를 고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榊原定征) 일본 경단련 회장은 "타당한 내용이지만, 실행하려면 산업계에서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라고 기자단에 말했다.
한편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란 동일한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 원칙을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거품이 붕괴한 1990년대 초반 이후 일본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저렴한 임금의 비정규직 채용을 늘렸다. 그 결과 현재 일본 전체 근로자의 약 40%가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약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밝혀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생기는 원인은, 정규직은 대부분 연공서열형(근속 연수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위가 올라가는 체계)으로 임금이 상승하지만, 비정규직은 제대로 된 인사 평가도 받지 못한 채 불평등한 임금 계약을 하는 것이 한 가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공익 사단 법인인 전국 구인정보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사 평가 제도가 있는 직장은 약 절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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