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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7월 13일, 뉴욕시 정전 사태
게시물ID : mystery_82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7
조회수 : 11144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6/12/16 2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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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전기는 현대 문명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약 전기가 끊어지게 되면 사회 전체가 크나큰 불편을 겪게 되며, 그런 정전 사태가 신속히 수습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칫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기가 보편화된 20세기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곧바로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재앙을 초래한 사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들어보겠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는 1977년 7월 13일, 미국의 대도시인 뉴욕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전인 1965년 11월 9일에도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지만, 1977년에 벌어진 정전 사태는 그보다 규모 면에서 더 컸고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습니다.

 
  사건의 원인은 뉴욕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콘 에디슨 발전소에 벼락이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4차례나 계속된 낙뢰로 발전소의 전력망이 마비되었고, 그에 따라 뉴욕시에 더 이상 전기를 보내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뉴욕시의 정전은 깜깜한 밤인 저녁 8시 3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정전은 도시 전체를 암흑천지로 만들고 행정을 마비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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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아름다운 밤. 그러나 1977년 7월 13일을 보내던 사람들에게는 지옥보다 무서운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허공에서 몇 시간 동안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뉴스를 전해주던 TV와 라디오도 모두 먹통이 되었고, 병원에서 응급 처지를 하던 환자들도 정전이 되는 바람에 치료와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마는 끔찍한 사태들이 벌어졌습니다.

  
  도시를 환하게 밝혀주던 가로등이 모두 꺼지자, 암흑을 틈타 여기 저기 곳곳에서 상점을 습격하여 물품들을 약탈하는 절도가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범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전염되었고, 급기야 수만 명의 평범한 시민들마저 범죄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사건이 일어났던 7월 13일은 한참 여름의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때라서 뉴욕 시민들은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을 쐬고 있었는데, 에어컨의 바람이 끊겨 집이 더워지자 참지 못하고 전부 밖으로 나왔다가 군중 심리에 휘말려 범죄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확실한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날 밤, 뉴욕 전체에서 1,616개의 가게들이 약탈을 당했고, 1,037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허위 화재 신고만 1,700건이 넘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인 울워스 본사는 화재의 피해가 너무 심해 건물을 아예 철거해야 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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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7월 13일과 14일, 정전 사태로 인해 뉴욕시에서는 위의 사진들에서처럼 약탈과 방화와 폭행 등의 범죄가 급증했습니다.)

 


  뉴욕시의 브루클린에서만 43개의 가게들에 시민들이 몰려들어 닥치는 대로 물건들을 훔쳐 달아났고, 할렘과 브롱스에서는 대형 백화점과 가게들이 약탈을 당했고, 50여 대의 차량들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정전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주식 시장에서 나왔습니다. 전기가 끊김에 따라 모든 주식거래가 전면 중단되었고 그로 인해 거래 세와 주식양도세 수입이 급감하여 하루 동안 뉴욕시가 입은 손실만 1억 5천만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강간과 성폭행도 속출해 정전 사태가 끝나고 10개월 뒤에 뉴욕시의 출산율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무질서한 아비규환은 다음날인 14일 밤 10시 35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약 26시간의 혼란 동안 절도와 방화, 폭력 혐의로 체포된 사람만 3,776명에 달했으니 그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시지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체포된 사람들 중 대다수가 범죄 경력이 전혀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선량한 시민들을 하루아침에 흉악무도한 폭도로 돌변하게 했을까요?

 
  야음을 틈타 사람들의 도덕심이 약해진 것일까요? 그러나 이보다 12년 전에 발생한 1965년 11월 9일의 정전 사태 당시에는 대규모 약탈이나 방화 등의 범죄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민들은 서로 협력해서 자발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질서 있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왜 똑같은 시민들이 1965년에는 안하던 짓을 1977년에는 마구잡이로 저질렀을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1977년 미국의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의 여파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전은 1975년 4월에 끝났지만, 미국은 거의 10년 간에 걸친 베트남전을 치르느라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고, 그로 인해 경제가 거의 파탄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재정이 궁핍해지자 자연히 국고를 채우기 위한 증세가 잇따랐고, 때마침 중동에서 벌어진 1,2차 오일 쇼크로 인해 기름값을 비롯한 각종 물가들이 잇달아 치솟은 데다가,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여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는 등 미국인들의 경제 사정은 전시를 제외한다면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뉴욕시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안고 있었고, 이로 인해 1975년에는 시 재정이 파탄직전까지 가는 등,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방 정부는 세금을 다시 증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나빠지자 미국인들의 삶은 더욱 엉망진창이 되었고, 자연히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쌓여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정전’이라는 돌발 사태를 만나 사람들의 마음 속에 축적되어 있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문명 도시지만, 밤이 되자 온갖 잔혹한 범죄가 들끓는 도시 뉴욕. 이런 뉴욕을 미국 속어로 '고담(Gotham)'이라고 하는데, 이 고담이 바로 유명한 만화 '배트맨'의 중심 무대이지요? 어쩐지 만화의 배경과 현실의 암울함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출처
보완
2019-09-09 21:22:14
0
어메이징 세계사/ 도현신 지음/ 서해문집/ 2012년 10월 10일 발행/ 270~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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