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을 두고 이렇게 말하니 좀 우습긴 한데 '우려하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2주간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탄핵 가결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갑작스레 늘어난 이재명 때리기의 영향이 없을 수 없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검증 안된 이재명은 위험하다. 문재인으로 가자!'를 외쳤지만
오히려 반기문의 1위 추격만 빨라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재명의 지지층은 기존의 민주당 지지자들과는 성향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안희정 지지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당 후보'에 큰 의미를 두는 반면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재명 개인의 매력에 이끌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재명에 대한 공격이 그의 매력이나 이미지를 깎아내릴 경우
민주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여권이 아닌 야권,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를 두들기는 상황에선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더더욱 그렇겠죠.
그렇다면 민주당 지지자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이재명의 남은 11%가 반기문이나 여권으로 흘러들어가면 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그것을 민주당으로 끌어올 필요성이 생기는데
이를 위한 가장 좋은(그리고 유일한) 방법은 이재명을 온전히 끌어안아
민주당 경선이 끝나는 시점에서 잡음 없이 지지층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사실 경선 룰이 어떻게 되든간에 이재명이 승리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당장 이재명 본인이 어제 인터뷰에서 말했죠. 자기는 MVP일 필요가 없다고.
대권주자인 이상 본인 나름의 야망과 대권에 대한 의지는 있을 것입니다마는
어쨌거나 19대에서는 여권/중도층의 표를 개인의 카리스마로 끌어오는
일종의 공격적 어시스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심산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 어시스트가 성공해 표가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문재인(이나 안희정)과 이재명이 완전히 한 팀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민주당 표가 아닌지라 문재인과의 연결고리는 이재명이라는 사람 뿐이니까요.
경선이 끝나고 이재명이 문재인의 손을 번쩍 들어올렸을 때
'그래 맞아, 이재명의 뜻을 대신 실현시켜줄 파트너는 문재인이야!'라는 결론이 나와야 합니다.
'몇달이고 이재명을 주구장창 두들겨온 x놈들에게 내 표를 주라고?'
이렇게 되면 아주 곤란해지죠.
실제로 문재인과 이재명은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천성이 공격수인 이재명인지라 자신을 어필하면서 주변을 고려치 않는 경향이 없지는 않으나
그 와중에도 문재인만은 매번 인정하고 칭찬할 정도로 관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문재인 또한 이재명과 '이재명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동지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 쪽 모두 '유사시 내 지지율이 온전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애초에 빈말 자체를 하지 않는 문재인이 거듭 이재명을 끌어안는 시점에서 이 둘의 관계를 알 수 있는거죠.
지금 여권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수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작자들이죠.
실제로 일베, 박사모 등지를 보면 문재인과 이재명을 분열시키려는 책략이 자주 보입니다.
10년 넘게 묻혀있던 사건들이 갑자기, 탄핵안 가결되자마자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문 지지자와 이 지지자 모두, 서로에게 의심을 품기 전에 후보들의 모습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문재인이 이재명을 끌어안듯, 이재명이 문재인을 인정하듯 지지자들도 서로를 포용한다면
29+11=40%는 일단 대선에서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