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www.pexels.com/search/CITY/
BGM 출처 : https://youtu.be/Rgrss8LXg1c
장문영, 실직자
실직자들이 신음 섞인
절규와 탄식
죽음으로도 바꿀 수 없는
쇠줄 같은 목숨
처자식에 대한 죄책감
칡넝쿨처럼 엉키고
의욕은 땅에 떨어져
가쁜 숨 몰아쉬고
어디까지 갈 것인가
나락으로 추락한 심신
생명줄 끊어져야
끝이 날까
뀅하니 들어간
죽은 생선 같은 눈빛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흙 같은 밤의 행로
숨가뿐 이들에게
희망의 단비는
언제......
박준상, 그리움
네가 날아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꽃바람 타고
서걱이는 구름 속으로
하늘 높이 날아날아
미지의 세계에 이상적 꿈
꽃 피우려는가
오늘도 나는 새 빛 돼
돌아올 너를 그린다
성두현, 낙동강
3월의 강물은 봄바람에 들떠 있다
철새들은 처음 찾아와서부터
서성거림의 이방인으로
그렇게 외발로 버티고 서 있는가 보다
털갈이를 한 강둑으로 초록이
맨 몸뚱이로 가슴을 열고
계절의 끝자락으로 겨울 철새들의 마지막 저공 비행이 시작된다
초록을 한 소쿠리 담아 가는 봄을 캐는 떨림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을
아직도 끝나지 않은 환절기 몸살감기로 온몸을 흠씬 두들겨맞고 나오면
손이 예쁜 여인을 만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깨어나는 강물은 인정을 베풀고
여인의 어긋나는 시선에는 아픈 사랑이 있다
윤기일, 반달
캄캄한 내 마음 골짜기에
산울림 한 가닥 걸어두고 사라진 그대
갓 피어난 박꽃 같은
얼굴 반쪽이 오롯이
허공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대 살았던 집 지붕에 오래 머물다가
골목자기까지 내려온 뒷산 그늘
그 어둠의 그림자 밖으로 나서서
환한 그대 눈물 한 방울로
내 온몸 젖고 젖도록
서녘 별빛을 밟고 서 있으렵니다
먼동이 밀려와, 내 이마에 깊게 찍힌
그대 얼굴 반쪽이 묻혀진다면, 나는
너무 높아 쳐다볼 수가 없는
절망의 빛을 이고
허허벌판 끝을 넘어갈 것입니다
조인자, 강아지풀
비 오면 비 맞고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며 살아도
그냥 살아 있는 것이 고마워서
천진한 어린 아이들처럼
웃고 또 웃는 강아지풀들
강아지풀들의 선한 웃음이
여름내 들판에 선한 마음들을 심고 있느니
들판의 상처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느니
가을 찬 바람이 몰아쳐
제 허리가 꺾일 때에도
바람이 장난치는 줄 알고
털북숭이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는 강아지풀들
저 맑고 순수한 영혼 앞에서는
우리들도 결국은
순하고 착한 풀들이 될 수밖에 없느니
이 땅에 천사로 온 풀들이 만들어 가는
선하디 선한 세상
참으로 눈부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