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집에는 여동생이 있었다.
여동생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 뭔지 알 수 없는 갓난아기 정도 크기의 테루테루보우즈 같은 것이었다.
아래쪽 치마 부분을 둥글게 묶어서, 알파벳 "i" 모양으로 생긴 것이었다.
그걸 어머니는 "여동생" 이라고 불렀다.
내가 무척 어렸을 적부터 그랬던 탓에, 유치원에 다닐 무렵까지 나는 여동생이란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인 줄 알았다.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나도 여동생 있어.] 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녀석네 집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집에 있던 "여동생"은, 식사 시간에는 같이 식탁에도 앉고, TV를 볼 때는 소파에 같이 앉는 등 진짜 가족처럼 대접받았다.
식사를 할 때가 되면 어머니가 그것을 가져와, 의자 위에 올려놨다.
종종 내가 [여동생이 여기 놓여있네.] 라고 말했다가는, 어머니에게 꼭 혼이 났었다.
놓여 있는 게 아니라 앉아 있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어느날, 우연히 나는 유치원에서 "여동생" 이라는 건 보통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거, 진짜 여동생 아니지?]
그랬더니 어머니는 몹시 화를 냈다.
[헛소리 마!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저건 절대로 "우리의 여동생" 이야.] 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상한 말투다.
"우리의 여동생" 이라...
어머니에게 지독하게 꾸중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질리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평소에는 활달하던 아버지가,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나오질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근처 산에 갔다.
전망 좋은 벼랑 같은 곳에서 차가 멈췄다.
언제나 외출할 때면 "여동생"은 집에 있었지만, 이 날은 같이 차를 타고 나왔다.
어머니는 차에서 "여동생"을 내리게 했다.
[너는 여기 있으렴.]
나는 뭘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창문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동생의 목과 몸을 잇는 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 벼랑 밑으로 내던져버렸다.
어머니는 언제나 "여동생"을 소중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도 괜찮은거야?]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었으니, 이제 됐어.] 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어머니는 한 번도 "여동생"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게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언젠가는 어머니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그 어머니는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 보면 도대체 뭐가 무서운 것이냐는 반문이 돌아온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진다.
무슨 종교에 관련된 것이었을까?
이제 와서는 알 도리도 없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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