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유약하다, 행동력이 없다 등의 평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오유와 디씨정도만 하는 저는 그런 평가를 들어본 기억 자체가 없습니다만
만약 그런 평가가 돌고 있다면 그 이유는 대충 알 만 합니다.
사실 액션이 없다 없다 하는데 문재인은 상당히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
뭔가 사건이 터졌다 싶으면 가장 먼저 현장에 나타나는 인물 중 하나죠.
허나 이러한 그의 행동들은 대중의 기억에 잘 남지 않는 편인데,
이는 그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읽어내고 행하는' 스타일의 정치인,
즉 포퓰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이라는 인물은 철저히 자기 자신의 생각과 원칙대로 움직입니다.
사실 집권 여당이 사고를 쳤을 때 대중이 야당 대표에게 원하는 것은 현장 평가가 아닙니다.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대신 표출해 줄, 소위 '사이다'를 원하게 되죠.
허나 문재인은 항상 감정의 해소보다는 합리적인 해결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대중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고 자기 나름의 '해결책'을 찾죠.
'고구마'에 비유되는 문재인 특유의 답답함은 이런 성향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대중의 욕망에 부응해주는 일이 극히 드물다보니
'아니 대체 저 양반은 뭘 하고는 다니나?' 라는 의구심을 사람들이 품게 되는 거죠.
반면 야권의 다른 후보들, 특히나 이재명과 박원순은 포퓰리즘 성향이 강합니다.
어떤 시점에서 민중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활동하죠.
(물론 읽으려고는 하는데 읽지 못하고 헛발질하는 안철수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정치인의 존재 의의 자체가 '국민의 의사를 대행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어떤 의미에선 본질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바로 포퓰리스트들입니다.
이들은 국민의 갈증을 즉각즉각 해소해주기에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똑같이 굴러도 문재인보다 이재명, 박원순이 눈에 띄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허나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죠. 포퓰리스트는 대중의 의사를 따르다 보니 아무래도 일관성이 떨어지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때로는 대중의 뜻을 잘못 읽어 사고를 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재명은 대중의 메시지를 잘못 읽은 전적이 있고(경선 관련 논의)
박원순은 일부의 의사를 대중의 의사로 오판한 전적이 있습니다(여성시대 지하철 광고).
결국 문재인과 다른 대선 주자들의 차이는 능력이나 행동력보다는 성향에 있습니다.
답답하고 다소 무기질적이지만 실수와 오판이 적은 쪽이 문재인의 특징이고
대중의 염원을 듣고 사기를 끌어올리는 대신 실수가 나오는 것이 다른 후보들의 특징이죠.
이건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문제지 절대적인 평가를 내릴 부분은 아닙니다.
아마 대통령 문재인의 정부는 많은 분들이 원하는 속 시원한 숙청을 단행하진 않을 것입니다.
여론의 바람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것은 그의 원칙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문재인 자체가 노무현에 비해 말재간과 위트(팔보채.....)가 부족한 인물인지라
국민들이 보기에 답답하고 무기질적인 정부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허나 동시에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MB 이래로 무너진 대한민국의 기초를 착실히 재건해나갈 것이며
특유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어떤 위기상황에도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에 '최고의 정치는 국민이 고마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마 문재인은 그런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