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때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외할머니댁에서 자랐습니다.
어느정도 집을 볼 수 있게된 나이가 되어서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었는데,
할머니께서는 그래도 저를 혼자 둘 수 없다고 몇 십년을 사신 곳을 떠나서
저희 집 근처에 집을 구하시고 저를 돌봐주셨습니다.
제가 중학생 때 돌아가실 때까지 누구보다도 저를 아껴주셨어요.
이건 저희 할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희 할머니댁은 강원도 대관령 아래에 있는 동네에 있어서,
전 어릴때부터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따라서 주문진에 자주 가곤 했습니다.
주문진에 가면 늘 새벽 시장을 갔었는데요,
제가 워낙 생선을 좋아해서 여러 생선을 사서 집에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특히 갈치를 좋아했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자주 갈치구이를 해주시곤 했었습니다.
그러면 전 신나서 먹고는 했었는데요,
어느날 할머니께서 이 갈치랑 관련해서 어릴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할머니는 원래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셔서 인근 바닷가에서 자주 놀고는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바닷가에 떠밀려온 시신을 보게되었데요.
그런데 그 시신이 여기저기 살점이 뜯겨있었답니다. 짐승한데 뜯긴것처럼.
그래서 어린 마음에 동네 어른들한테 물어봤데요. 왜 이러냐고.(지금 생각하면 저희 할머니는 어릴때부터 담이 크셨던것 같아요)
동네 어른들 말씀으로는 바닷가에서 떠밀려온 시신이
이렇게 살점이 뜯겨나간 건 십중팔구 갈치의 짓이라고요.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으면 제일 먼저 달려드는 놈들이 바로 갈치라고요.
어릴때는 이 얘기를 들어도 그 뜻을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돋네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갈치를 잘만 먹는 걸 보면 저도 담이 큰가 봅니다ㅎㅎ(아니, 비위가 좋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