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두가 난세에는 태종이냐 세종이냐 인데..
이건 멀리 갈것도 없이 작년 더민주에 대입해보면 됩다고 봅니다.
요즘 곰곰히 생각해 보는것이 과연 작년에 당대표를 이재명 시장이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인가...
작년에 저도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을 이재명으로 치환해서 머리속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결과가 더 좋았을지는 의문이군요.
이 문제는 정치 철학의 문제인데 정치를 단기적 승패의 싸움으로 볼것이냐 장기적 원칙의 싸움으로 볼것이냐 같아요.
이재명 시장이 뜨게 된게 "조져야 된다" 로 대표되는 "난세에는 세종대왕보다 태종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라는 논리이죠.
만일 작년에 문재인을 이재명으로 바꿔서 시뮬레이션 해보면...
- 전면에 친노를 내세우고 입지를 강화한다.
- 분탕종자들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조진다.
- 당을 장악후 보다 일사분란하게 대여 투쟁에 나선다.
이런것일거 같은데 이것이 시원시원 하고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컷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결과는 의문이죠.
지금의 더민주는 원칙을 지키면서 상대쪽에서 분탕을 치더라도 명분이 점점 없어져서 서서히 힘을 얻게 된거죠.
안철수가 할거 다하고도 듣보잡이 되버린것도 마찬가지고요.
철학과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사람들을 영입하고 기다리다 보니 운이 좋게 그 결과가 좀 더 빨리 나온것 뿐입니다.
이건 요즘 세계적인 IT 기업가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죠.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 무슨 마법의 칼이라도 생겨서 마음만 먹으면 상대방을 조질수 있는걸로 아는데 그러려면 검찰과 국정원을 쓸수 밖에 없죠. 근데 조진다는 생각이 강하면 결국 무리를 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명분을 주게되죠.
지금은 맘만 먹으면 상대를 멸족시킬수 있던 태종이 살던 왕조시대도 아니고 한 세력이 누구를 먼저 쓸어버린후 물려준다 라는 말도 성립되기 힘들죠.
역사적으로 보면 쓸어버리는 기준도 시간이 가면 결국 주관적으로 변합니다.
결국 말이나 결심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하는 원칙이 다른 겁니다..
중요한건 그 원칙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느냐, 상대를 견딜수 있는 인내심이 있느냐, 그 원칙이 남이 아닌 자신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보여 줬느냐 이죠.
정치인이 정치를 시작할때는 다 시원하게 하겠다는 마음이 있겠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느냐가 문제지...
카리스마로 상대를 조지는데 선수였던 김영삼..
당을 완전히 장악했던 이회창..
이들의 지금 평가가 어떤가요?
매일 승리하던 저들보다 쉬운길 놔두고 매일이 고생의 연속이었던 노무현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있죠.
세계적인 혁명가라면 레닌과 모택동인데 이들이 전투를 시원하게 승리했지만 멈추지 못하고 정적들까지 전부 숙청한 후 결국 조국을 30년 이상 퇴보 시킵니다.
전투에 승리한다고 역사에 승리하는것도 아니죠.
결론은 작년 4월 이후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저도 작년에는 왜 시원하게 못하나 생각했지만...
꼭 인위적으로 조진다는것이 순리적인 시스템 구축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다는 점을 깨닫고 생각이 바꼈다는 점입니다.
많은 우연이 있었지만 원칙을 지키다 보니 고름은 스스로 떨어져 나가고 저들은 지금 역사적으로 조져지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