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진후에
집에서
'난 괜찮아 그딴 자식'
이라고 내 마음을 위로 하며 으허허헝
대성통곡을 한적이 있다.
그때 티비속에 나온 영화가
500일의 썸머라는 로맨스 영화였는데
둘이 꼼냥 거리는게 어찌나 꼴보기 싫던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티비를 꺼버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슬퍼죽겠는데 장난 치나'
라는 생각을 하며
그러다가 한달이 빠르게 지나가버렸고
남자친구가 남의친구가 될때쯔음
우연히 티비에 방영되는 500일 썸머를 다시 봤었다.
예전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영화가
그제서야 들어와서 봤는데
정말 '썸머 나쁜년' 하고 욕하면서 봤더랬다.
어쩌면 남자주인공인 톰에게 그땐 더 감정이입이 됬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옛 남자친구가 잊혀지고
나이 서른에 가까워서야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예전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착한척도 해보고
없는 애교도 쥐어 짜듯이 부려보고
하지만 나이들어서 연애를 하려니 내가 더 지치고 감정이 점점 시드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통신사 할인이 되는 공짜 영화에있는 익숙한 영화인 500일 썸머를 다시 보게됬다.
세번째 보는거였는데 그냥 음악이며 주인공들이 더 좋았다.
예전엔 남자주인공 톰에게 이입되던 감정이
점점 여자주인공 썸머에게 이입됬다.
사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주인공 톰이 이해 가지 않는건 아니었다.
누구나 그런 사랑을 믿고 있고 나이들어도 그건 똑같다.
하지만 그는 너무 자신의 사랑을 믿었고 평생 갈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썸머와의 관계를 너무 자만했던것 같다.
내가 만나는 여자 썸머는 너무 특별한 여자였고, 다른 여자들과는 다를거라는 생각
하지만 그녀도 다른 여자들과 같았다.
비록 운명적인 사랑을 믿진 않았지만 사랑을 하고싶었고
어쩌면 톰과의 사랑이 강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톰이 그녀와의 관계를 좀더 진지하고
그녀의 감정에 좀더 이입했더라면
그와 그녀는 이어졌을까?
결국 썸머가 결혼한 남자는 썸머가 읽고있는 책을 물어봐주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취향에 대해 더 궁금해하는
남자였더랬다.
조금 늦게 찾아왔던
나의 여름은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결국 그와 나는 함께 가을을 맞이하지못했으며
나는 또다른 여름을 기다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