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과 맛있는 음식은 때로는 동의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간격이 태평양 같이 멀기도 합니다.
다이어트라고 하기보다 건강한 식사를 위한 식단으로 변화를 준지도 어언 4년째...
입맛도 변해서 예전에 좋아하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그다지 당기지 않게된 음식도 있고 전혀 안먹던 음식인데 이젠 사랑하는 음식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 가운데서도 제게는 변치않고 사랑하는 애증의 음식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애호박전
명절에 전 부치는 일을 한번이라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전이라는 음식이 기름먹는 하마입니다. 기름이 고온에서 자글자글하면서 재료를 익히는 그 맛은 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막힌 맛이지요
그래도 해물파전 김치전 감자전 꼬치전 동그랑땡 빈대떡 고구마 부침 모두다 그 유혹을 물리쳤건만 오로지 딱하나 애호박전만큼은 참으로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동글동글하게 썰어서 밀가루 살짝 입혀 계란 옷 입히고 넉넉한 기름에서 노릇하게 익혀낸 그 애호박전의 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그리워 일요일 아침 일탈을 계획합니다
재료 준비를 마치고 후라이팬을 렌지위에 올리는 순간 심각한 갈등을 합니다
기름을 어떻게 할건가...
결국 코팅상태가 가장 좋은 후라이팬으로 바꾸고 기름없이 부쳐보기로 합니다
제사상에 올릴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 입속으로 밀어 넣을 용도이니 모양따윈 상관 없으므로 과감히 기름을 포기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불조절을 잘해도 계란옷은 타고 애호박은 익지않고 참으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야심차게 2개나 썰어서 만들어 놓은 걸레같은 애호박전을 바라보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정녕 이것이 내가 그토록 그리던 그 애호박전이란 말인가...
입에 한점 넣어보니 정말 내맛도 네맛도 아닌 야릇한 애호박전입니다
이겅 먹으려고 일요일 신새벽부터 난리를 피웠단 말인가 싶고...
때로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식은 지구 반바퀴만큼의 아득한거리가 있다는 걸 절감합니다. 다행인 것은 그리도 좋아하던 애호박전이 한동안은 결코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