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소추의 정국 소용돌이를 지나며 정당과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6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0%를 돌파하여. 18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15%, 국민의당은 12%, 정의당은 3%에 그쳤습니다.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에서도 민주당 53%, 국민의당 22%로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갑절 이상 앞섰습니다.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돌직구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공동으로 12월 11, 12일 양일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 28.1% 반기문 UN사무총장 21.8%, 이재명 성남시장 16.9%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6.2%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3.8% 박원순 서울시장 3.8%로 나타났습니다. 야권의 심장부라고 이야기되는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문 전 대표 27.7%, 이 시장 21.3% 박 시장 10.2% 안 전 대표 8.7%로 나타났습니다.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소속 안 전 대표가 호남에서조차 4위로 주저앉은 것은 충격적입니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가장 먼저 탄핵을 주장하며 단호하게 대응한 반면, 민주당이나 문 전 대표는 당초 역풍을 의식하여 하야나 탄핵에 소극적이었고, 문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하는 등 분노한 민심과 괴리된 발언을 한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현상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국민의당에서는 이러한 지지율 하락이 탄핵 소추안 발의 과정에서 12월 9일에 탄핵 표결하기로 주장한 것이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추어진데다가, 그 과정에서 민주당 쪽의 음해 공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국민과 민주당 쪽에 돌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2월 9일 탄핵 소추가 성공한 이상, 국민들이 국민의당이 탄핵에 반대하지 않았음을 잘 알 것이고, 단지 1주일 탄핵 소추가 늦추어졌다고 하여 그렇게 국민의당을 배척할 리 만무합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분석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저는 이렇게 된 데에 3가지의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째,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탄핵 소추에 제일 많이 기여했고,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 9일의 탄핵 소추안 통과의 원동력은 촛불 민심입니다. 국가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명제에서 볼 때 이는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탄핵 소추가 되지 않습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의사는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의 찬성으로 결정되므로 정당의 탄핵 소추에 기여한 정도는 거기에 동참한 의석수에 의해 평가되어야 가장 적확합니다. 지난 12월 9일 탄핵에 찬성한 의원이 234명입니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121명, 새누리당 비박계 62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6명입니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원죄가 있는데다가 분당하지 않아, 탄핵 찬성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따라서 정당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탄핵안 가결에 가장 높게 기여한 정당은 121명의 의원이 찬성한 민주당이고, 그 다음으로 38석의 국민의당, 6석의 정의당 순입니다. 탄핵 소추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꾸역꾸역 오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안 전 의원이 제일 먼저 탄핵을 주장했다든지, 길거리에서 박근혜 퇴진 서명 운동을 벌인다든지 하는 것은 매우 지엽적이고 표피적인 것입니다. 정당의 관점에서 볼 때 국민의당의 탄핵 기여도는 38/172에 불과합니다.
이 시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누가 4.13 총선에서 172석이라는 여소야대의 의회 지형을 만들었느냐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심판 여론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분노한 국민들이 172석을 만들었다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심판 여론을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끌어내어 민주당이 123석을 확보한 데에는 문 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불출마 선언으로 살신성인의 리더십을 보여줌은 물론, 표창원, 조응천, 김병관, 손혜원 등 재야의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여 총선에 투입하게 하였고, 총선 막판에 전국 지원 유세를 통하여 정권 교체와 정권 심판의 표심을 자극하여 야 성향의 유권자로 하여금 투표장으로 달려가게 하였습니다. 물론,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각 지역구 출마 후보자와 그 지지자, 야 성향의 언론, 인터넷 담론을 주도한 팟캐스터, 야당 성향의 국민들의 열정적 헌신의 총합이기는 하지만, 정치 리더의 측면에서는 문 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은 데에는 안 전 대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집권 여당에 실망한 새누리당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흡수한 것은 여소야대의 의회 지형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탄핵 소추가 성공한 것은 여소야대의 의회 지형 때문에 가능했고,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된 것은 정치 리더의 측면에서 보면, 문 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고, 그 다음으로 안 전 대표입니다. 따라서 탄핵 소추 가결이라는 정치적 승리 이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상승하여 25%를 넘어서는 것은 국민들의 정당한 평가입니다.
이 시장이 4.13 총선 승리에 기여한 정도는 미미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 시장이 야당 정체성에 맞는 시정 운영을 하고, 소송 등으로 일간 베스트 회원을 징벌한 행보 등이 총선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점이 123석을 확보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성남 시정을 잘 운영하여 성남시 지역구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3명 배출하는 데 기여하였으므로 이 시장의 탄핵 소추의 기여도는 최대한으로 잡아 3/172이라고 평가해야 합니다. 이처럼 이 시장의 탄핵 소추 기여도가 미미함에도 탄핵 기간 중에 대중들에게 청량감을 주는 사이다 발언을 하였다는 것으로 지지율이 10%나 급등한 것은 그 기여한 정도에 비해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향후 대중들이 이성을 찾게 되면, 지지율 거품이 걷히고, 성공적인 시정 운영이나 정체성에 맞는 행보에 합당한 지지율로 수렴될 것입니다.
이제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탄핵 소추에 최소한 38/172 비율로 기여를 하였으므로 지지율이 미세하게라도 올라야 하는데, 왜 떨어지느냐 하고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제3당의 한계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거기다가 국민의당이 그런 한계를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그러한 한계를 자초하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였습니다.
정치판에서 어떤 정치적인 이슈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에는 중간 지대가 설 땅이 좁혀집니다. 국민들이 여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여당과 제1야당으로 결집해가는 양상을 띱니다. 탄핵소추가 되어 대통령이 직무정지되는 사건은 가히 혁명적인 사건입니다. 탄핵 소추가 가결된 이상, 국민들이 의석수가 제일 많은 민주당으로 응집하여 지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제3당인 국민의당과 제4당인 정의당의 지지율이 탄핵 소추에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오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에게는 결정적인 패착이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야권의 일원으로서 탄핵 소추에 노력한 것은 맞지만,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문 전 대표 후보에 의한 정권 교체를 탐탁찮게 여기고, 이를 저지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하게 하는 행동을 보인 점이 그것입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문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꼬투리잡아 하루가 멀다 하고 견제구를 날려왔습니다. 또, 박 대표뿐만 아니라, 이용호, 문병호, 김동철 등 소속 의원들도 번갈아 가며 이런 흠집내기에 가세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 부각될수록, 또 박근혜 정권 퇴진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국민들의 정권 교체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당 정치인들이 제1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해 사사건건 공격하는 행태는 정권 교체의 시대적 열망을 훼방 놓는 모습으로 각인되었습니다.
국민들은, 국민의당 정치인들이 걸핏하면 새누리당 비박계나 제3지대 정치인인 정의화, 손학규, 김무성, 심지어 반기문까지 개헌을 매개로 손잡을 수 있다고 시사하는 발언을 접하면서, 현행 헌법 체제로 선거를 치르면, 민주당의 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밖에 없으니까, 이 판을 깨어서 민주당에 의한 정권 교체를 저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폭락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판단합니다.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 원인이 이렇다면, 그 해결책은 간명합니다. 당의 노선을 아래와 같이 바꾸고 실천함으로써 야당 성향의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의한 정권 교체에 매진하겠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에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 특히 호남 유권자의 민심을 받들어 민주당과 손잡고 민주당 후보를 적극 밀어서라도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