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때
우리학교에는 병설유치원이 딸려있고
특수학급도 따로 있었음
새학기 시작하고 짝꿍이랑 인사하는 시간이었는데
내짝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여자애였음
뭐
그땐 장애 이런 개념이 별로 안 박혀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선생님 부탁으로 내가 그 애 도우미가 됨
솔직히 봉사정신보단 선생님이 주는 선물이나
칭찬때문이었던거 같아
하여튼
우리 반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았는데
늘 자리에서 사라져 복도에서 돌아다니거나,
화장실에 숨는걸 내가 데리구 들어옴
얘가 나갈땐 항상 미니쓰레받기 세트 가져가서
막 여기저기 쓸고있는데
내가 가자고 막 잡아끌면 안간다고 버티곤했음
정말 힘이 세서 선생님도 같이 데리러와야
반에 들어오는경우가 더 많았고
수업할때도 늘 프린트챙겨주고, 대신 필기해줬음
또
걔가 엄청 아끼는 개구리동전지갑이 있었는데
거기 십원 백원 막 주워서 넣어다님.
그리고 그거 볼에 막 대고선 "이거이뻐? 나 이뻐?" 막 이렇게 물어보고 그랬음.
애들이 그거 건드리면 막 실내화 던지면서 화냈는데
난 주워다주기 귀찮고 싫은마음에 맨날 이쁘다고 해줬던거같음
뭐 그렇게 2개월 정도 보내다가
박맞았던 운동회끝나고 전학가게됨
전학가는날 앞에 서서 애들하고 마지막 인사하는데
그날은 잊을수없는 날이 되었음
짝꿍 엄마가 선생님께 들은건지 수업끝나구
우리반에 찾아오신거임
그리곤 대뜸 나한테 오시더니
내 손을 꼭 잡고선 눈물을 참으시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고맙다고,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수십번을 말해주심
초2였던 나는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어른의 감사에
당황도하고 부끄럽기도해서
정작 짝한테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려는데
짝꿍이 나한테 쪼르르 달려와서
자기 동전지갑을 선물이라고 내 손에 쥐어줬음.
늘 소중하게 여기던, 제딴엔 가장 중요한 물건이고
자기의 전부일텐데 그걸 나한테 선뜻 내주더라.
그리고선 담에보자고 웃으면서 막 손흔들고
날 껴안음
평소에 껴안고 그러면 늘 밀치면서 하지말라했는데
그때만큼은 그냥 가만히있었음.
그냥 어떤감정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그 이후로 많은 감사도 받아보고
도움을 준적도 많지만
자기가 가진 전부를 준 내 짝꿍만큼
내게 감동을 준 무언가는 없었음.
이제는 낡아버렸지만,
그때 감정을 잊을때쯤이면 가끔씩 꺼내봄.
짝꿍의 동전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