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게도.
힘들고 지친, 대한민국 젊은세대로부터 얼마 전부터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명세를 탔습니다.
갑자기 문득 너무나 생각나는 고향집 김치찌개, 엄마가 해준 동그란 계란후라이, 야자를
끝마치고 킁킁대며 맡은 밤공기와 귀가 길을 채워주던 이어폰에서 나온 MP3 음악 등등을
우리는 그리워하고, 힐링푸드, 힐링뮤직 등을 빗대어가며 기성세대와는 다른 아련한 향수를 느꼇습니다.
최근 우리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 “안녕하십니까”의 여러 글들을 보며 눈에 띄는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우리 청춘은 어려서 IMF를 겪으며 왜 그런지 영문도 모른채 집에 혼자 남겨졌고 무거워진 사회와 가족의 분위기를 떠맡았다” .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어른이 되어버린 여러분도 어느날 갑자기 집에 혼자 남겨져 혼자 밥을 먹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혼자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컴퓨터와 TV 만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44번 온게임넷을 누르고, 컴퓨터를 키고 나면 혼자 주섬주섬 라면을 끓였습니다.
새로운 경기도, 몇 번을 반복해 본 경기도 다 합쳐서 몇 백경기는 보았을까요?,
라면을 다 먹고도 멍하니 TV를 보는 저의 모습은 대학을 가서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이 상황을 압박해왔고
그 후 설마했던 캐스터의 마지막 인사를 듣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늘 간만에 스타크래프트가 온게임 넷에서 중계를 했습니다.
퇴근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그 예전처럼 식탁이 아닌 밥상을 꺼내었습니다.
그 시절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치고 혼자 밥을 먹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 같아 괜시리
아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 반짝이던 나의 옛 영웅들도, 정말 즐겁게 해설해 준 그리운 그 목소리도,
앳된 소녀들이 가득했던 경기장이 이제는 멋드러진 아가씨들로 가득찬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16년이 지나버린 시간만큼,
어느덧 삼십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정말 평범한 월요일에 똑같은 하루인데
저와 함께 나이를 먹어준 게임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고마운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