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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격장 관리병이었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818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ore
추천 : 10
조회수 : 188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9/27 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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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한지는 좀 지났지만 이번에 6사단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고 생각나서 써봅니다.


저는 사격장 관리병으로 대부분의 군생활을 보냈습니다.

보통 행정병은 기술행정병 모집에 지원하여 행정관련 주특기를 부여받고 입대하지만
일선 보병부대 행정병(계원)은 주특기가 행정관련 주특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고
저도 주특기는 111,102 M60기관총이지만 행정관련 임무를 수행한 경우입니다.

사격장 관리병은 평소에는 그냥 일반병으로 생활하다가 담당 사격장에
사격 계획이 있으면 사격장에 가서 표적기계를 운용하고 유지/보수 등을 담당합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암튼 이번에 6사단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고
사고가 일어난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상황? 썰?이 생각나서 글을 올려봅니다..ㅂㄷㅂㄷ

사진이 무슨 수를 써도 안올라가서 댓글에 달아야겠네요 ㅠ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100m 5~8사로에 문제가 있어서 확인을 해야하는 상황이여서
사격이 끝나고 복귀 준비할 때 부사수와 사격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사진의 빨간 세모가 저랑 부사수)

물론 올라가기전 통제간부에게 얘기하고 올라갔습니다.

올라가서 문제가 있는 부품을 교환하고 있는데 통제탑에서 오더가 내려옵니다.

잔탄 남은거 사격할테니까 현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고요..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었는데 표적기계는 전원을 내린 상태고
표적에 사격을 할 수 없으니 사격장 가운데 나 있는 길에
500ml 생수병을 가져다놓고 그걸 표적으로 잔탄을 쏘겠다는거 였습니다.
(사진의 빨간 동그라미가 가져다 둔 생수통)

작업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몰랐는데 어느새 생수병을 놓고 갔더라고여...;;

밑을 보니 이미 사격하려고 엎드려 쏴 자세까지 들어간 상태라 제지는 커녕
움직이지 않고 찌그러져 있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겠더라구요..ㅋㅋㅋ
(사진의 파란 세모가 사격 위치)

잔탄이 많지는 않아서 대여섯발 사격하고 끝났고 탄이 튀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만..
이게 진짜 말이나 되는 상황인가 싶었습니다.

내려와서 동기들한테 들은 얘긴데 그 와중에 잔탄 나눠 가져가서
간부끼리 그 생수병 맞추기로 점심내기까지 했다네요ㅋㅋㅋㅋㅋㅋ

당시에는 일병된지 얼마 안된 햇병아리이기도 하고
생수병과 8사로까지의 거리가 엄청 가깝고 그런것도 아니라 그냥 넘어갔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넘어갈 만한 상황은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ㅂㄷㅂㄷ

사격장 관리병을 17개월 넘게했는데 딱 한번 있었던 일이긴 합니다.

대부분의 통제간부가 사격장은 위험한 곳이기에 통제도 더 빡세게하고
안전수칙도 잘 지킵니다. 사전 경고방송이라던지.. 인근 통제 병력 배치라던지..

다만 그렇지 않은 간부도 있다는게 문제지만요..

6사단에서 일어난 사건도 사격장에서 도탄된 총알에 맞아
사망한거라면 얼마든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 안타깝습니다..

안타깝게 사망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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