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달리 몸에 라인이란 라인은
다 사라졌기에 음슴체요.
가정사정으로 20살 무렵부터 독거.
23살 여름이었는데 부산에 있는 엄마한테
가려고 고속터미널 가는 길이었음.
간만에 엄마보러 가는거라 나름 신경써서 입음.
장마때라 별로 덥지않아서
까만레이스 원피스에 레이스 자켓을 입음.
울 모친은 내가 이쁘게 하고 다니는걸 좋아하심.
요즘도 살이 쪘네 그 옷은 아니네 하심.
암튼 937번 좌석버스를 타고 유유히 앉아
창밖을 바라봄.
비가 와서 그런지 버스에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했음.
근데 몇 정거장 지나다 보니 뭔가 이상함.
창에 비치는 건너편 좌석 청년의 행동이...
이 정신놓은 청년이 앉은 자세로 뭔가를
쉐킷쉐킷...
날이 흐려 버스 내부가 침침해서 제대로
안 보인게 천만다행이었음.
몹시 당황했음.
속도 울렁거림...
앞좌석에 붙은 광고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슬슬 빡침.
주변에 다른 여자 승객도 없고 지 옆자리
내 옆자리 아무도 없는데 대체 왜...누구 보라고?
뭔가 빅엿을 주고 싶었지만 딱히...
요즘 같았으면 아이컨택하며 너님 뭐하세요?
하겠지만 그땐 그래도 츠자시절이라.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를 함.
나 이제 버스타고 가는길...비와서 어쩌고...
근데 버스에서 웬 ㅁㅅㅌㅂㅇㅅ? ㅋㅋㅋ
했음.
절대 그쪽 안봄. 못봤음.
솔직히 한대 맞을 각오하고 때리면
기사아저씨한테 경찰서로 바로 가자고
소리 지를 작정하고 내뱉음. ㅡㅡ
그러나 버스안에서 쉐킷하던 청년은
생각보다 유리멘탈이었음.
마로 시작하는 그 단어를 인지하는 순간
순식간에 동작을 멈추고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버스출입문으로 감.
그때 좌석버스는 고속버스처럼 문이 하나였음.
뒷통수에서 느껴지는 당혹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친구한테 내렸어하고 전화 끊고 보니
그 녀석 앉았던 자리에 휴대폰만 덩그러니...
내심 흡족해하며 친구한테 다시 전화해
상황보고 하고 수다떨며 맘 놓을때쯤 그 분 다시 승차.
휴대폰 찾으러 택시타고 쫓아온듯 ㅋ
혹시 나한테 욕시전이라도 할까봐 기대?했는데
눈 한번 안 맞추고 휴대폰만 챙겨서
담 정거장에서 내림 ㅋㅋ
다시 만나면 제대로 빅엿을 선사해줄텐데.
출처 |
비오던 그날 곱게 차려입은 나.
비 오니 생각나서 풀어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