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혼외자 의혹' 채 전 총장 조사했던 서울청 김모 경정, 통상 진급보다 2년 빨리 승진]
청와대에 파견 나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조사했던 경찰관이 총경(경찰서장급)으로 승진했다.
정부부처 파견 중인 경찰관 중 홀로 총경에 승진한 데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2년이나 빠른 고속 승진이다. 자연스레 경찰 안팎에서는 채 전 총장 '찍어내기' 일등 공신을 박근혜 정권이 챙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총경 승진 대상자로 내정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김모 경정은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당시 채 전 총장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았다.
김 경정은 2013년 6~7월 서울 반포지구대 등에서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와 아들 채군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열람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논란이 불거진 2013년 9월보다 2~3개월 이른 때다.
혼외자 논란으로 결국 채 전 총장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채 전 총장이 수장으로 있을 때 검찰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당시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 입장이어서 법무부·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경찰 안팎에서는 김 경정의 이번 총경 승진이 박근혜 정권에 충성한 공로라는 얘기가 돈다.
2010년 현재 계급으로 승진한 김 경정은 올해로 경정 7년차다. 이번 총경 승진대상자는 김 경정보다 2년 먼저 경정에 오른 9년차 경정(2008년 승진)들이 대부분이다.
파견 경찰관 중에서도 유일한 총경 승진자다. 현재 청와대, 총리실, 행정자치부 등에 파견 나간 승진대상 경찰관 중 이번 인사에서 총경에 오른 인물은 김 경정 1명뿐이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당초 승진이 유력하다고 여겨졌던 쟁쟁한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김 경정이 승진 대상이 되자 놀라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정당한 승진 심사를 거친 결과라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승진 심사 때 최근 3년간 근무성적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김 경정은 전체적으로 근무성적이 우수해 총경 승진자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 전 총장 관련 일로 징계를 받거나 형사 처벌을 받은 게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인사평가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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