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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미안하다 시간아
게시물ID : lovestory_817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04 23:07:33

사진 출처 : http://sweet-coupl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1SGG7G_XzU4





1.jpg

조병화추억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일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가고

가을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2.jpg

한용운사랑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보다 높으리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3.jpg

천외자안동역 대합실




삼십 여 년 전이었던가

안동발 청량리행 무궁화 기차표 한 장

선생님은 나를 서울로 보낸 후

기차표 한 장을 더 사셨다


그리곤가을 밖으로

나가선 안 돌아오셨다

나를 떠난 후 지상의 어느 곳에도

남아 있지 않는 사람

내 가슴속이 지상의 마지막

역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내 가슴이여텅 빈 역()이여

수국을 피우고

배롱나무 꽃을 피워라

고향친구는 선생님께 가죽장갑을

선물해 드렸다고 했었는데

나도 배롱나무 붉은 낱장마다

따뜻한 입김을 얹어 털장갑 한 켤레 쯤

떠나는 이들을 위해 짤 때가 되었다


아니 늦었다

대합실 의자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


저 소리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안동역에 나는 아쉬움이 많아

다시 돌아온 이 춥고

쓸쓸한 대합실에서 좀 더

기다리려고 한다


기차시간까지 얼마나 더 남았을까







4.jpg

이민하모자이크의 세계

 

 

 

지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순간에

총알은 관통한다

우리는 잠든 지 오래

별사탕 같은 나트륨램프가 촘촘히 박혀 있지만

아침과 저녁을 구분할 수 있는가

앞지르기는 금물입니다

멈춰서도 안 됩니다

아쉽게도 나는 충돌한 기억이 없어요

피를 흘리는 당신에게

혈흔의 끝자락이 비상구라고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예의는 여기까지

새들은 앞뒤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

입구와 출구를 구분할 수 있는가

차선을 바꾸어도 뒤통수만 보이는

만난 적도 헤어진 적도 없는

오렌지색 계절 속에서

나보다 더 빠르게 질주하는

허공을 작대기처럼 꽂고

열린 듯 닫힌 듯 빠져나갈 수 없는

뻥 뚫린 내 몸

피를 흘리는 당신

뒤통수의 끝자락이 산책로라고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예의는 거기까지







5.jpg

강상윤미안하다 시간아

 

 

 

줄지렁이들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시간처럼 말라죽어 있다

 

타원형, S자형기역자

니은자 모양으로

밤색 바탕에 핏빛이 선명하다

어떤 것은 짓이겨진

채로 아스팔트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있다

산소를 마시러 나왔다가

당하는 변이라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흙 속에 물이 스며들어

숨을 쉬기가 어렵다 하는데

나는 지렁이들이

축축한 몸을 말리러

나온 줄로만 알았다

 

어둡고 축축한 땅 속을

기는 것이 지겨워져서

밝은 태양 아래 목숨을

거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렁이들의 죽음을 보면서

나의 축축한 삶을 말리려던

생각을 접은 적이 있다

 

어차피 삶이란

어둡고 축축한 걸

밝고 보송보송하게만

살 수 없다는 것을

미안하다 시간아

숨쉬는 것이 고통스럽더라도

참고 있어라

아스팔트 바닥에

짓이겨져 죽는 것보다 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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