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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여행
게시물ID : panic_686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14
조회수 : 222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07 22:59:02
갓 스무살이 되었을 때 나는 친구놈 하나와 젊은 패기로 호기롭게 무전여행에 나섰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기로 마음먹었고 서울부터 시작하여 밑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아무런 구속을 받지않고 몸하나 덜렁 가진채 국내를 누비는 것은 꽤 괜찮은 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우리는 지쳐갔고 그 지친 마음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우리는 옷가지를 몇 벌 준비하긴 했지만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무작정 나온 탓에 가방을 비로부터 지킬 비닐조차 없었다.

결국 가방안에 옷과 입고 있던 옷이 모두 젖은 우리는 근처 어딘가에라도 몸을 맡기고 옷부터 말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돈이 없었던 탓에 우리는 모텔이나 사우나는 들어갈 수 없었고 우리가 선택한 쉴곳은 근처의 민가나 버려진 집정도였다.

우리는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돌며 민가를 찾아헤메었으나 아무리 시골 인심이라도 건강한 남자를 두명씩이나 재워주는 것은 불안한 모양이었던지 우리는 계속하여 거절을 당했다.

결국 우리는 한참을 돌다 해가 질 때가 다 되어 아주 허름한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었다.

우리를 받아준 집의 주인은 중년의 여성으로 아무래도 집에는 아주머니 혼자 계신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보통 시골 사람들과는 다르게 아주 흰 흰 피부에 세련된 이미지였고 조금 차가운 느낌이 드는 그런 인상이었다.

실제 우리를 받아주면서도 아무말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는 듯 몸을 비켜 길을 터 주었을 뿐 이었다.
 
"어휴...죽는줄 알았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역시 우리의 감사 인사에도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아주머니는 방으로 우리를 안내한 후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반찬은 없고 오직 흰 쌀밥만 주었으나 우리는 몹시 허기가 진 탓에 신나게 밥을 퍼 먹었다. 밥은 무척이나 많아서 우리는 결국 밥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말았다.

우리가 더이상 식사를 할 기미가 없자 아주머니는 상을 치우고는 이불을 펴 주고는 방을 나갔다.

우리는 아주머니가 나가자마자 극심한 피로로 인해 잠이 들었고 간만에 지붕 아래서 꿀같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이 되었는지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빛에 나는 힘겹게 눈을 떳고 안경을 쓰지도 않고 방을 나서서 화장실을 찾으려 했다.

툭 툭

방을 나서려 일어선 내 어깨에 무언가가 닿았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좋지 않은 눈으로 무엇인지 보기위해 뚫어져라 보다가 곧 날 건드린 무언가가 사람의 발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충격에 바닥에 쿵 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쓰고 다시 보니 온통 새까맣게 변한 사람의 발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천장 쪽으로 고개를 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목이 비정상 적으로 길게 늘어진 채 줄에 매달린 사람이었다.

매달린 시체는 조금 씩 흔들리며 내게 그 충격적인 앞모습을 보였다.

죽은 지 얼마나 된 것인지 온 몸이 까맣게 변색되었고 길게 내빼문 혀는 거의 가슴까지 늘어져 있었다.

나는 토악질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급하게 방을 나서려다 어제밤 먹다 남은 밥이 차려진 상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흰밥이라고 생각했던 쌀 알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이 멍해진 내 눈에 다시 목매달린 여성의 시체가 들어왔다. 마치 속았지 하면서 약올리듯 그 눈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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