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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恋
첫사랑. 사람은 태어나서 어느 누구나 한번 쯤 겪는다. 다만 서로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남지만 잊혀질 수 없는 기억의 조각으로 남는다.
대학교 1학년 구속이라는 굴레에 벗어나 어설픈 자유를 누릴 때 국제동아리 행사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다. 워낙 호기심도 많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위해 되지도 않은 영어를 하며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다.
“Hey, How you doing?”
사실 이 말은 미드 프렌즈를 보며 조이의 명대사가 생각나서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다. 되려 그녀가 당황해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자연스레 그녀와 친해졌고 버스에서도 그녀 옆에 앉아 되지도 않은 영어를 손발짓 하면서 서로 대화를 했다.
외국인. 사실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나보다 영어를 잘해서 내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을 골라 우리의 대화가 지속되도록 도와주었다.
저녁이 되어 서로 각자의 나라의 간식거리와 떡볶이나 김치볶음밥 등 여러 음식을 만들어 콘테스트를 한 후 간단하게 맥주를 마셨다. 비록 그녀와 같은 조는 아니었지만 맥주를 마실 때 그녀 옆으로 가서 담소를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누었던 대화는 기억이 나지만 그날 꾸었던 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름이라 그런지 유난히 뜨거운 태양의 빛에 못이겨 일어나 씻고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는 아침의 이슬은 머금은 꽃 같았다. 그녀는 날 보자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그녀와 아침을 먹고 그 날 일정에 따라 바닷가로 갔다. 그날 따라 모레도 곱고 유난히 바다도 푸르렀다. 나는 친구들과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그야 말로 미친듯이 놀았다. 우리는 대게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비키니를 입은 친구들이 꽤 많았다. 한창 정신나간 듯이 놀고 있을 때 문득 그녀 생각이 났다. 주위를 둘러 그녀를 찾아봤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해변을 혼자 거닐던 그녀를 보고 나는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여기서 뭐해?”
“그냥 걷고 있어.”
“같이 놀자~”
“몸이 안 좋아서 안될 것 같아.”
나는 그 말에서 알아 차렸다. 그 날이 구나. 하지만 난 짓궂게도 바다를 향해 그녀를 던져 버렸다.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랬다. 그리고 나를 향해 뛰어오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도망 갔지만 못이기는 척 잡혀 주었다. 그녀는 내 등짝을 있는 힘껏 때린듯 했다. 하지만 난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녀 또한 어의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변을 하염없이 걸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서로의 술자리 문화에 대해 배웠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벌칙주를 마시지 않겠다는 이념 하나로 게임을 했다. 나는 그녀와 같은 그룹이 되어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유난히 눈치게임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 모양만 보고 있었다. 그녀가 숫자를 외치면 나도 따라 외쳐 그녀와 러브샷을 했다.
우리는 풀벌레가 잠이 들 때 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7일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빠른지 그 때는 몰랐다. 어느덧 각자 롤링 페이퍼를 공책 한 권씩 가득 채울 만큼 아쉬움을 남겼다. 그 날은 마지막날 인만큼 달리는 시간 속에 우리는 서로의 아쉬움을 달랬다.
눈치를 모르는 태양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그녀는 예약해둔 배편 때문에 일찍 나서야 됬다.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며 그녀를 향해 7일 동안 정말 재미있었다 라는 뜻을 담아 미소를 지었다. 그녀 또한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Do you want a hug?”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순간 7일 동안의 추억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며 온 몸을 휘감았다. 순간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너무 서럽게 울었던 것 같다. 그녀는 그런 나를 다독이면서 겨울에 있을 행사에 오라고 했다. 나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눈물에 흐려진 그녀를 보며 꼭 가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다.
그렇게 7일 동안의 행사는 끝이 났다.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그녀가 남긴 메일주소로 그녀를 향한 나의 아쉬움을 적기 시작했다.
‘つながりまゆげの’ 이 말을 제목으로 삼아 메일을 보냈다.
이말은 그녀가 나에게 처음으로 가르쳐준 놀리는 말이었다. 얼레리 꼴레리랑 비슷하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그녀에게 문법도 맞지 않고 말도 되지 않은 영어로 된 메일을 보냈다.
하루 이틀이 되도 오지 않은 답장. 너무 답답하고 초조함에 시간들 무엇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무력해질 때쯤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친척집에 들렸다가 집에 와서 메일 확인이 늦었다고 했다. 그 때 메일을 100번도 넘게 읽었 던 것 같다. 나는 다시 답장을 쓰기 위해 수능 때보다도 더 열심히 영어사전을 뒤지면서 그녀에게 답장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메일을 서로 주고 받았다. 무슨 생각인지 나는 그때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녀를 위해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골판지 상자를 만들고 학알도 접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무엇을 선물 해줄 까 고민하다가 문득 한창 열풍중인 산세베리아라는 식물을 선물해 주기로 했다. 그녀를 많이 좋아한다는 말과 나의 연인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적은 편지를 상자 속에 넣어 우체국으로 갔다. 처음으로 외국에 소포를 보내는 나로서는 식물이 반입 불가라는 사실 조차 몰랐다. 우체국 직원이 식물은 안된다고 하자 커다란 상자에 편지 하나와 드문드문 있는 학알이 그저 볼품없이 보였다. 정말 제대로 하는게 하나 없다고 생각했다. 산세베리아를 제외하고 상자를 보냈다.
몇일 뒤 그녀는 상자를 받았다는 메일을 보냈고 답장을 써서 보낼 것이라는 메일을 나에게 보냈다. 그녀의 답장이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3일 뒤 그녀에게서 2장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나와 교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는 말과 앞으로 잘 부탁하고 보고싶다는 말들이 적힌 내용이었다.
그 날의 미소를 생각하면 지금도 포근해 진다. 우리는 그 후로 자주 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호감을 키워갔다. 어느 덧 학기 말이 되어서 곧 있을 동아리 국제행사에 관해 참가인원 조사를 했다. 나는 당연히 참여한다는 말과 비행기 표를 알아 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집에서 도움을 많이 얻어 15일간의 여행 자금을 주시기로 했다. 그녀에게 15일간 머무를 수 있고 우리를 위한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녀 또한 매우 기대한다는 말이 담긴 메일을 받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12월 23일. 난생 처음 타는 비행기에 긴장 되었다. 사실은 그녀를 만날 생각에 긴장 되었을지도 모른다. 2시간 그 2시간이 20년 살아왔던 시간보다 길었던 것 같았다. 마침내 도착하여 출구 게이트로 나와 그녀를 찾았다.
정말로 나는 그 때 사람에게서 아우라가 나온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녀는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에 흰 목 폴라에 갈색 치마와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는데 정신은 아찔하고 머리에서는 김이 나는 듯 했다. 하얗게 질려버린 머리 속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지금도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택시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향하는 우리는 이유 모를 정적에 휩싸였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해줄 말도 정말 많았는데 너무나도 어색했다. 그러다 문득 김이 서린 택시 창에
“I missed you”
라고 썼다. 그녀에게 보여줬더니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차창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 행각이 매우 이상하게 보였던지 택시기사님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대충 어떤 말을 했을지는 짐작했다. 그녀가 대신 말을 해주었고 택시기사님은 웃으면서 반갑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알아 들은 나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1시간정도 택시를 타고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로비에서 우리의 일행이 오길 기다렸다.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준비했던 조화 장미꽃 마술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그런 내가 귀여웠던지 미소를 짓고 고맙다고 했다. 마침내 우리를 데리러 일행이 왔다. 우리는 서로의 짐을 두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갔다. 정말 꿈 같았다. 4개월만에 처음보는 그녀 매일 문자 속으로만 만나던 그녀 였는데 이렇게 내 앞에 다시 내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행사 시작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맴버들이 있는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당연 가장 핫이슈였다. 우리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 누가 먼저 고백했는지 어디가 좋았냐는 둥 여러 질문을 받았다. 나는 신이나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정을 넘어 섰다. 안에 있기도 갑갑하고 그녀와 단둘이 있고 싶기도 하여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하자고 했다. 그날은 유난히 밝았다. 눈이 왔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유난히 크고 밝았던 달은 기억이 난다. 정말로 그렇게 크고 밝은 달은 처음 보았다.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고 걷는데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귀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심장소리가 그녀에게도 들릴까봐 너무 겁이 났다. 그렇게 걷다가 연못 위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연못에 비친 우리 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눈앞이 깜깜하고 머리가 하얗게 됬다. 정말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을 뻔 했다. 그녀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그 큰 눈망울과 하얗던 피부 입술은 정말 탐스러운 열매 같았다. 본능적으로 그녀의 입술로 다가가는 나를 보았다. 그런 나를 보고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런데 정말로 터져 버릴 것 같은 심장 때문에 정신이 돌아왔다.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눈을 감던 그녀는 어이가 없었던지 피식 웃었다. 나는 억울하다는 듯이 변명 하였다.
그런 나를 보고 그녀는 쓰러질 듯 웃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나의 심장에 가져갔다. 그녀는 나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나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돌처럼 굳어버린채 가만히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웃으며 죽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물고기가 이쁘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우리가 다시 만난 첫날이 저물었다. 그날은 꿈도 없는 아주 달콤한 잠을 잤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아련했던 첫사랑의 추억을 글로남아 다시 기억 할 수있게 그리고 자주 즐겨보는
커뮤니티에 젊은날에 누렸던 영광의 시간을 한번 적어 보았습니다. 더 적고 싶었지만 지겨워서.. 나중에 적는 걸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