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옛날부터 아버지와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을 이해 못했었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같은데서 아버지가 죽으면 슬퍼하는 것 같은 것도 이해 할수 없었어.
나는 원래부터 아버지와 혈연 관계따윈 없었으니까, 진짜 의미로 부자지간이 아니란 소리야.
내가 유치원을 다닐때 엄마가 재혼해서 지금의 아버지가 됐는데, 그때부터 세상사를 알게 된건지 이 사람은 내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아버지"라고 부르는게 정말로 부끄러웠고, 위화감을 느꼈었지.
그래도 다르게 부를 방법이 없었으니까 "아버지"라고 불렀었지만말야
내가 초등학생때 여동생이 둘이나 생겨서 무척 행복했었어
작은 아파트지만 가족이란 느낌이 들었고, 아버지란 건 역시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몇년이나 함께 살아서 정이란게 붙기 시작했었어.
하지만 이때부터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주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고 밤에 가끔씩 큰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
아버지는 관서 사람이라서, 관서 사투리로 큰소릴 치거나 때리거나 차거나 했었어.
분명 아버지가 잘못한건데도 폭력으로 어머니를 조용히 시켰었지.
내가 이상한거라고 말하자 무척 혼났었지.
나는 아버지가 정말 싫었어.
중학생이 됐을 땐 새로운 집이 생겼고 제대로 된 단독 주택에서 살고있었어.
그때부터 부모님의 부부싸움은 점점 심화되기만 했고, 아버지는 나에게도 폭력을 쓰기 시작했지.
그때부터 나는 컴퓨터 화면만 보게 되었고 가족으로 있는 시간같은건 저녁을 먹을때 정도만이었지.
뭔가가 깨지는 소리,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 어머니의 비명...
정말 미쳐버릴것만 같았어.
그런데도 나는 게임이나 컴퓨터같은거에 신경 쏟아부어서 안 들리는척 했었어.
여동생들도 분명히 들었을텐데 절대로 방에서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었지.
그런 매일이 혐오스러워 자살기도도 했었고, 절도를 밥먹듯이 하게 되서 경찰에 잡혔을때도 있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상황은 전혀 변함이 없었어.
아버지는 한밤중에 들어와선, 아침 일찍 나가셨어.
어디서 밥을 먹고있는지, 진짜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지.
생활비로 넣어주는 돈은 단돈 100만원 정도.
어머니는 그것만으론 생활을 할수 없게 되어 일을 시작하셨지.
어머니 혼자서 딸 둘을 돌보시면서, 일까지 하셨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어.
그때 나는 전문대학교에 있었고 집에는 없었지.
그런 매일이 계속 되었어.
학교가 쉬는 날이어서 고향에 돌아온 어느날, 아버지와 오랜만에 단둘이 있게 되었어.
나는 언제나처럼 아무말도 않고 있자, 아버지가 말을 걸어주셨어.
"학교 졸업하면, 이쪽으로 돌아올꺼지? 살 차는 벌써 정해뒀니?"
아버지가 먼저 말을 걸다니 정말 의외였어.
"차가 필요하면, 찾아둘테니까"
나는 "응" 이라던가 "부탁해" 라는 말밖엔 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제대로된 대회를 했어.
오랫동안 아버지를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아버지는 어느샌가 백발이 되어있으셨고,
내 기억속에 남아있던 아버지보다 몇배는 늙어계셨어.
아버지는 고아원에서 자라셔서, 부정이라는걸 몰랐었어.
"아버지"라는건 위엄이 있고, 무서운 존재가 아니면 안된다.
가족은 "아버지"가 중심이 되어서 돌아가는거다.
"아버지"라는건 그런거다 라고 아버진 생각하고 계셨어.
그런 이야기를 어머니로 부터 들었어.
나는 가능하다면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
설사 혼이 나더라도 맞더라도, 아버지와 더욱 대화를 했으면 좋았을껄.
더욱 가족이런 걸 다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았을껄.
그 지옥같았던 괴로운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죽고싶다고 생각했었던 그 날로 나는 돌아가고 싶어.
나는 얼마 안있어, 성이 바뀔겁니다.
앞으론 어머니의 옛날 성을 말하겠지요.